'역마진' 수렁…대형 생보사들 "울고 싶어라"
'역마진' 수렁…대형 생보사들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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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이익률 극대화 위해 투자처 모색
효과적인 방법 마땅치 않아…"시간이 약"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이자율차 역마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형사들은 다양한 투자처를 찾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시간이외엔 묘책이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

◇대형 생보사, 확정이율상품 때문에 역마진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012년 4~12월) 생명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생보 4.8%로, 전년대비 0.5%p 하락했다. 반면 보험료적립금의 평균이자율은 5.4%로, 작년 3월말대비 0.3%p 떨어졌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0.8%p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보험료적립금이란 보험계약자에게 향후 지급해야할 보험금 및 환급금을 위해 보험사들이 쌓아두는 부채성격의 책임준비금을 말한다.
 
대부분은 대형 생보사들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형사들은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자율이 높고, 중소형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준비금 부담이율이 5.62%, 운용자산이익률이 4.39%라는 점을 감안하면 1.23%p의 역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평균 부담금리 5.86%, 운용자산이익률 5.42%로 0.44%p 역마진이 났다.

교보생명은 평균 부담이율이 5.7%대 중반, 운용자산이익률 5.22%으로 0.5%p의 역마진이 났다.

이는 대형사들이 2000년대 이전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금리상품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확정이율상품을, 이후에는 변동이율상품을 판매했었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해온 대형사들은 1990년대에 고금리의 확정이율상품을 많이 판매한 탓에 해당상품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생보사들은 1990년대에 설립됐고, 외국계의 경우 2000년대에 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생보사는 변동이율상품을 주로 판매해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역마진 위험에서 비껴나 있다.

◇SOC·부동산 등 투자처 다양화 
대형 생보사들은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써왔다.

삼성생명은 변동형 준비금 증가와 공시이율 인하로 역마진을 해소에 나서고 있다. 그중 즉시연금은 공시이율 인하시 기존계약도 동시에 적용해 방어하고 있다.

다양한 투자처도 찾고 있다. 대형사들은 SOC(사회간접자본)를 주목해왔다. 지난 2010년까지 건설·토목공사로 투자이익을 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수익을 보장하면서 기간도 20~25년으로 길다는 점이 장점이다. 고금리 확정이율상품의 만기에 맞출 수 있는 투자처로는 SOC가 적격인 셈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악화로 물량이 적은데다 타 업권까지 나서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가 없다는 점이 한계다.

이에 대형사들은 부동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수익으로 자산운용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을 설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충남 천안과 조치원에 위치한 홈플러스 2개 매장을 1300억원대에 인수했으며, 펀딩한 영국 런던의 상업용 오피스 빌딩 매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교보생명도 대체투자전문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해도 해소 안돼 "시간이 약"
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 일각에서는 대형사들의 역마진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파생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파생상품을 이용해 부채를 헷지(Hedge)하는 투자기법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정한 규제가 워낙 방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도 그만큼 많을수 밖에 없다"며 "규제를 풀어 보험사도 파생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역마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역마진은 오래 전부터 발생해왔지만 그렇다고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역마진 이 해소되는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자산운용이익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역마진을 빨리 해소시키려면 금리가 오르거나, 최근 상품을 많이 파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시간이 약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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