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사 환매사태 후유증 ‘몸살’
증권-투신사 환매사태 후유증 ‘몸살’
  • 임상연
  • 승인 2003.03.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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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 21조 환매···보수만 1천3백억 손실 추산
경영계획 수정, 구조조정 등 경영난 초비상
업계, 증권산업 구조개펴노 ‘일보후퇴’ 불가피


최근 SKG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 문제로 불거진 펀드 환매사태가 다소 안정된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투신업계는 아직까지 환매 여진과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풍이 휩쓸고 간 것 같다’는 한 대형증권사 금융상품팀 담당자의 말처럼 지난 10일간 증권-투신업계가 겪은 충격은 컸다.

이번 환매사태로 지난 21일까지 총 순환매 규모만 대략 21조원. 이로 인한 증권-투신업계의 피해는 수 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환매사태로 인한 투자자 신뢰도 추락과 시장 이탈이다. 업계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대우채 사태 등을 경험했던 일반투자자들은 이번에도 대량 환매에 나섬으로써 시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번 환매사태는 천수답식 영업구조에서 벗어나려던 증권업계의 노력도 수포로 돌려 놓았다. 대형화 전문화 M&A 등을 추진했던 증권-투신업계의 구조개편 작업이 환매 피해와 후유증으로 일보후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은 물론 이미 그 전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환매 손실액 1천3백억원대 추산

업계에서는 지난 21일까지 환매사태로 증권-투신업계의 손실액이 1천3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1조원에 육박하는 순환매로 투신사의 수탁고 수입과 증권사의 상품판매수수료 수입이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분기 증권-투신업계 전체 수익 중 35%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경영 및 재무구조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다행히 이번 환매가 단기유동성 자금이면서 보수가 낮은 MMF에 집중됐기 때문에 손실규모가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증시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충격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미매각 수익증권 손실액을 감안할 경우 증권사의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매사태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회사 돈으로 환매에 응하면서 미매각 수익증권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환매에 따른 미매각 수익증권 규모는 지난 12일 3조5천억원대를 기록한 후 증권사의 미매각 수익증권 헤지로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아직도 2조원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될수록 떠안고 있는 미매각 수익증권의 손실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손실액도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 LG투자증권 등 미매각 수익증권 규모가 큰 대형사들의 손실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대형증권사 자금담당자는 “증권사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매각 수익증권 헤지에 나선 상태”라며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돼 미매각 폭은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권가격이 올라가면서 증권사들이 안고있는 미매각 수익증권 손실도 같이 늘어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매 후유증 곳곳서 ‘신음’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된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투신사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발발과 북핵 위기감 고조 등의 외생변수로 시장전망이 불투명하고 SKG채권 상각 등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대형악재가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환매사태로 인한 추정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새 회계연도 경영계획을 수정하거나 아예 판을 새로 짜는 증권, 투신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일부 회사들은 이번 환매사태 이후 인력감축 지점폐쇄 등 내부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한층 더해지고 있다. 이미 제일 한화 KGI증권에 이어 서울증권이 최근 수십명의 직원을 명퇴시켰으며 대우증권 등 대형사들은 지점폐쇄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이번 환매사태로 지점 및 영업직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며 “몸을 추스리기 보다는 불투명한 전망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경우 이번 환매사태를 겪으면서 랩어카운트 방카슈랑스 등 신규사업 추진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삼성 LG투자 대우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그동안 종합자산관리업을 위해 직원교육, 조직 및 영업시스템 개편 등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수익증권 환매사태로 기반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환매 자금 재유치, 고객 확보 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전쟁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된 상태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사 금융상품팀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화돼 환매요청이 잦아든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해 자금 재유치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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