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W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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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한테 BW가 얼마나 절실한 자금조달 창구인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렇게는 안 됐겠죠". 최근 BW 발행을 결의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상장사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분주하다. 올 들어 BW 발행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들은 지난달에만 80여건의 안건을 가결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이달 29일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전면 금지되면서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이다. 중소 상장사들에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로, 투자자들에겐 채권원리금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자리매김해 온 게 올해로 14년째다.

이 제도의 퇴출을 부른 건 BW 발행을 편법 증여수단으로 악용한 일부 상장사들이다. 공모로 주가를 뻥튀기 해 거액을 챙긴 부실기업과 사모BW 투자자, BW를 사모로 발행한 후 이를 인수해 경영권 승계에 악용한 대기업 오너는 이미 수차례 목격돼왔다. 오죽하면 사모 BW시장이 범죄의 온상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정부가 전면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다.

문제는 당장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 상장사들이다. BW는 금융권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여건은 안 되고, 회사채 발행 또한 쉽지 않은 중소 상장사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실제 그간 많은 상장사들이 BW 흥행에 성공해 급한 불을 껐다. 그런데 일부 '부적절한 무리'때문에 이들은 당장 자금조달 창구를 잃게 됐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 격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BW 발행금지를 대신해 제2, 제3의 편법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한 전업투자가는 여의도에 일체형 BW를 분리형처럼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무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BW 폐지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장 내달부터 자금 사정이 어려워 골머리를 앓는 중소 상장사들이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자칫 취지도 살리지 못한 채 편법만 양산할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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