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어린이날 편지'가 불쾌한 까닭은?
SK브로드밴드의 '어린이날 편지'가 불쾌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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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부지런히 일하셔서 우리 회사는 대한민국 1등"…논란 소지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통신 대기업 SK브로드밴드가 어린이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하청업체(협력업체) 직원 자녀들에게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주고 있다. 언뜻 미담으로 들리지만 내막은 그렇지가 않다. 직원들은 편지를 받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쾌하다고 한다. 왜일까?

SK브로드밴드의 하청업체 소속 인터넷 설치 기사 K씨는 올해 어린이날에도  휴일 수당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일하는 것보다 이들의 기분을 더 언짢게 하는 건 원청 대기업인 SK브로드밴드가 자녀 앞으로 보내는 편지.

특히, 이들을 자극한 건 '아빠가 다니는 회사'라는 문구.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 부문장 명의로 보낸 편지에는 "아빠가 부지런히 일하셔서 우리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1등하는 회사가 되었답니다"라고 적고 있다.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불법파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3년 전부터 어린이 날에는 하청업체 기사들의 자녀들에게 이런 편지와 함께 만원 짜리 상품권 2장이 보내졌다.

K씨(협력업체 인터넷 설치기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같이 있지도 못하고 일하러 나가야 되는데 이건 뭐 희롱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L씨(협력업체 인터넷 설치기사)도 "(직원으로) 인정도 안하면서 그런 식으로 써 있는 것은 불쾌하다"면서도 "'아빠 이런 좋은 회사 다녀? '라고는 하는데 대기업에 다닌다고 좋아라 하기는 한다"고 '묘한' 심경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24일 은수미 의원(새정치연합)은 SK브로드밴드가 각 센터에 지시한 업무공지를 공개했는데, 지난달 20일부터 '주말과 공휴일 IPTV 장애처리 강화를 확대 시행한다'고 돼 있다.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발생한 IPTV 장애신고를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처리완료 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본사가 센터별로 처리목표를 할당하고 평가를 하기때문에 기사들은 주말과 공휴일 밤에도 고객의 집을 방문해 업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시행해 기사들의 업무태도에 문제가 적발되면 평가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통신대기업이 센터별 등급과 기사들의 실적을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인센티브·페널티를 주거나 계약해지를 하는 영업정책으로 인해 협력업체 기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쉬기도 어려운 '쥐어짜기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부적절한 표현이 물의를 빚은 것 같다며 앞으로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노무 전문가는 "이런 편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주체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자료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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