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현대차그룹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흡수했고 올 들어선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품었다. 이같은 사업구조 재편은 3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도 맥을 함께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줬으며, 합병 현대엔지니어링은 개인 최대주주로 등극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실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하나의 승계 열쇠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삼성그룹의 3세 경영시동에 따른 세간의 관심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세특례법상 2015년까지 주식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특례가 유효하고, 지주회사 설립시 현물출자나 주식교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면세조항이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의 동인으로 꼽힌다.
일단 증권가 및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두 개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진다. 우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가 있고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문 합병으로 새롭게 생긴 구조인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고리도 있다.
두 축 모두 현대모비스에서 시작해 현대모비스로 돌아오는 것인 만큼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에선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다.
문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고 핵심계열사인 현대차(6445주)와 기아차(1.74%)의 지분도 미미하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배력 확보 기준이라 불리는 5%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에 18일 종가기준으로 1조3798억원이 소요된다.
시장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해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올해 현대엠코를 흡수한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을 이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가치를 자랑한다. 그의 지분 31.88%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3조2338억원에 달한다.
또한 지난 4월 현대엠코와 합병하며 새롭게 출발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정 부회장은 11.72%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18일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거래가액이 59만2000원임을 감안하면 5275억원의 가치다.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상장가능성도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의 지분 40%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이들 세 회사의 정 부회장의 자산가치만도 4조원이 넘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6.96%, 18일 종가기준) 1조9207억원을 사들이는 데 충분한 금액이다. 승계 비용으로 봤을 때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또 하나 자주 거론되는 승계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해 새로운 지주사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는 작업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지분정리가 필요한데 굵직한 고리를 끊는 비용만 6조원이 넘는다. 우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에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8%부터 정리해야하는데 18일 종가기준으로 이는 4조6584억원이 소요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고리에선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5.7%를 정리해야 하는데 18일 종가기준 1조5730억원이 필요하다.
또 지주회사 전환에는 공정거래법 상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 소유를 위해 100% 지분을 가져야하는 까닭에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등이 문제가 된다. 또 여러계열사가 나눠 출자한 현대건설, 현대하이스코 등의 중복투자도 공정거래법 상 최대주주 지분을 제외하고 정리를 해야하는 등 '교통정리'가 뒤따라야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 승계가 중장기적인 과제로 밀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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