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철퇴 후폭풍…국내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신평사 철퇴 후폭풍…국내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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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방침 이후 줄줄이 등급하향…조달비용 늘어날 듯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이 평가대상 기업과 사전 등급 조율 등 뒷거래를 한 혐의를 적발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발행이 있었던 동양그룹 사태 이후 국내 신평사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 이들 신평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평사들은 "신평사들은 등급평가를 의뢰하는 기업들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주수입원"이라며 "돈을 내는 고객들을 평가하다 보니 입바른 소리를 하다간 고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소연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STX, 웅진, 동양그룹 사태 당시 정확한 신용등급 평가를 내리지 못한 신평사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것은 물론, 최근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까지 정해지자 신평사들은 기업들의 신용등급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신평과 나이스는 포스코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기평도 20년간 유지하던 포스코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했다. 특히, 포스코에 이어 대한항공, KT도 한단계 등급이 하락했으며 상당수 AA 등급의 기업들도 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평사들이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를 더욱 세밀하게 체크하고 있다"며 "20년간 최고등급을 받았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하락시킨 만큼 하반기 등급 하향조정 기업들의 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들은 당장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현대상선의 3년 만기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는 하루 만에 연 5.08%에서 6.15%로 1%포인트 넘게 급등한 바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조달 비용 인상으로 투자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특히, 건설·해운 국내 중추산업 등에서는 업황 불황과 실적 악화, 자금조달 차질과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 영업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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