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 부지 10조원 '통큰 입찰' 배경은?
현대차, 한전 부지 10조원 '통큰 입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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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다' 평가 지배적…자금조달 문제 없을 듯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 불리는 한전 본사 부지의 주인이 현대차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현대차가 감정가격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부지 매입 자금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MC) 건설 비용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온비드를 통한 한전부지 매입에 감정가 약 3조 3000억원의 한전 부지에 10조 5500억 원을 제시해 최종 낙찰됐다. 계약 체결은 오는 26일 이뤄질 예정이며 계약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 4개월 단위로 대금을 3회 분납을 통해 부지의 소유권은 현대차에 넘어가게 된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현대차의 낙찰 가격이 공개되자 업계에서 '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무리한 지출은 그룹 계열사에게 재무 부담을 떠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증권가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잇달아 현대차그룹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다.

이날 입찰 컨소시엄에 참가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주식은 9.2%, 7.9%, 7.8% 각각 떨어졌다. 하루만에 3개 계열사가 날린 시가 총액은 현대차 4조4055억원, 현대차모비스 2조1415억원, 기아차 1조8647억원에 달한다.

▲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 = 서울파이낸스 DB)

현대차가 이같은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통 큰' 금액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한전 부지 매입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일찍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한전 부지 인수 의지를 드러내왔다. 특히 현재의 양재동 현대차 본사는 부지가 협소해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사실상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부지 매입과 GBC 건립까지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차그룹의 현금 동원력을 감안하면 비용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그룹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게재한 올 상반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현대차 컨소시엄은 현대차가 7조2378억원, 기아차가 1조1337억 원, 현대모비스가 4조208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단일 계열사의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만해도 17조9372억원에 달한다.

입찰 시 정확한 지분 비율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5대3대2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비용 외에도 GBC와 인근 지역의 개발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현대차는 통합사옥에 입주하게 될 계열사들의 순차적인 분산투자로 이를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확보해 통합 사옥을 건립해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재의 본사를 옮기는 한편 폭스바겐그룹의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자동차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가 꿈꾸는 '한국의 아우토슈타트'는 이르면 2022년쯤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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