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CB 금리 향방 '윤곽'…커지는 韓銀 '긴축' 고민
美·ECB 금리 향방 '윤곽'…커지는 韓銀 '긴축'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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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의 이달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 정책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신흥국 경기 악화에서 전이될 금융시장 충격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역사상 최저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글로벌 통화 긴축·완화의 기로에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금리 인상의 시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금통위는 국내 경기 회복세와 주요국 통화정책,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美 금리인상 임박…ECB 추가완화 여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현시기간)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 수장의 입을 통해 12월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유지된 제로금리 체제가 막을 내릴 전망이다. 세계에 풀린 달러화 유동성이 긴축 기조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정상화 개시를 지연한다면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돼 의도치 않은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날 뉴욕증시를 포함한 주요국 증시는 1% 내외로 일제히 급락했다. 달러화 인덱스는 장중 한 때 100.5를 넘어서는 등 크게 상승했고, 신흥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또 다시 폭락했다. 국제유가(WTI)가 장중 4.9% 떨어져 30달러대로 내려앉았고 금 현물 가격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튿날 유로존은 완화 경로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파리테러 여파와 물가 회복 저조로 경기회복세가 우려된 탓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자산매입 기간을 6개월 연장하고 예금금리를 0.1%p 인하하는 내용의 추가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시장 예상보다 정책 수단이 미약하다는 판단에 유로화는 하루새 3% 이상 급락했고 글로벌 증시는 이틀 연속 급락했다.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으나, 향후 정책 여력을 남겨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유로존 통화정책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ECB에 대한 완화정책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통화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을 강도높게 발표할 경우 급속한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된 상황이었다"며 "향후 유로존 경제 상황을 위해 추가 정책을 취할 여지를 남겨놓은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수출 타격보다 '금융 충격' 전이 우려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미 12월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실물 부문의 위축보다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후원으로 개최된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에서 장정석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G2리스크로 신흥국의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사이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전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그에 비해 실물 부문은 충격 전이가 경직적인 양호한 여건"이라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 1~8월 세계 수입수요는 9.1% 줄었지만, 한국의 수출은 2.5%p 적은 6.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의 수입 수요는 15.1%나 감소했으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3.8% 줄었다는 분석이다. 내수는 회복되고 있고 수출은 글로벌 교역 축소에 비교하면 견실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면, 저금리 기간 동안 레버리지가 크게 확대된 신흥국 경제가 G2리스크로 불안 양상을 보이는 데 따른 금융 불안 전이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했다. 글로벌 디레버리징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회수. 신용위험 증가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최근의 교역 위축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우려보다는 수출이 선방하고 있다"며 "미 금리 인상이 우리 금융 시스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진 않더라도 신흥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발제한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와 성장 만을 고려할 때 미 금리 인상과 맞물려 한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긴박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신용팽창으로 외환유동성 위기나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미 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용 사이드에 대한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당분간 금리동결 전망…경기 회복세·美 인상 속도 관건

하지만 문제는 국내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 카드를 섣불리 빼들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과 소비 관련 정책 효과의 영향이 커 지속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무려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빚 등 각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가 과열되기는 커녕 미온적인 현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는 한 금리 인상 시점을 굳이 앞당길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다.

한은도 당분간은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순원 금통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그동안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나, 머물러야 하나의 고민에서 언제쯤 올리지 하는 고민이 하나 더 늘게 됐다"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국내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지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우리 경제의 현재 펀더멘털 상 금리를 올려 나가기 쉽지 않지만, 글로벌 경제 흐름과의 불균형 상태에서 금융 시스템을 이끌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대외 쪽에서 인상할 수밖에 없는 환경, 즉 미국과의 금리 차가 국내 투자자금에 영향을 미칠 만큼 좁혀지는 상황이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조금씩 인상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통화정책 향방의 관건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경기 흐름이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완만하게 이끌어 나가겠다고 공언했고 계절적 요인 상 미국의 1분기 경기 지표가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 6월의 FOMC에서 추가 인상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완중 팀장은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가 50bp(0.5%p) 정도 차이가 나면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미 정책 금리가 1%까지 도달한다고 하면 한은도 금리 인상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물론 국내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급격히 악화된다면 미 금리 인상과 별개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도 남아있다. 국내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미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운용된 전례가 있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당분간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 흐름과 금융시장 반응을 살피겠지만,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나 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에 국내 경기가 크게 나빠진다면 추가 인하가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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