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 해운 빅2, "이란특수 기대 이르다"
'법정관리 위기' 해운 빅2, "이란특수 기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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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진해운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최근 한국과 이란이 해운협정을 체결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업황 침체로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 빅2가 이란 특수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소외돼 국적 선사로서의 영업활동에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이란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해 외국계 선사인 코스코, 에버그린 등이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4700~5700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7대를 투입해 이란으로 해상 컨테이너를 운송 중이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이란으로의 해상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해양수산부는 이란과 해운협정을 체결하는 등 이란의 해운 및 항만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운협정으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선박에 대한 자유로운 운송이 보장돼 두 나라 간 교역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이란의 해운 물동량은 726만4000톤으로 2014년(664만7000톤)보다 9.2% 가량 늘어나는 등 교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선주협회도 지난 2일 이란선주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협회 회원사들로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아시아-중동 항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란과의 해운협정 체결로 장밋빛 전망이 그려지고 있지만 이를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이란순방 당시 실질적인 수주 실적이 없이 양해각서(MOU)에만 그쳐 본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현대상선 이란 컨테이너 운송 항로. (사진=현대상선)

더욱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벌크선 운임지수(BDI)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시황은 어둡기만 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급격한 운임 하락 및 수급 불균형으로 일제히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침체상황 지속이 예상된다"며 "컨테이너선대의 초대형화가 선박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본격적인 시황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현재 상황 역시 이란 특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 해운사 모두 법정관리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 용선료 협상 등 경영정상화에 모든 초점을 맞춰 이란 시장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해운사 모두 생사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이란 시장으로 눈길을 준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구조조정 위기뿐만 아니라 이란의 인프라 확장을 위한 실질적인 수주가 없어 아직 특수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우선 해운 얼라이언스에 편입되는 게 우선"이라며 "구체적인 성과 없이 이란 특수를 기대하는 건 이르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을 완료하고, 계획된 사채권자 협의회를 통한 채무 조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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