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선제대응' 승부수…3박자 정책공조 신호탄?
한은, '선제대응' 승부수…3박자 정책공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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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가 한계치에 다다른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선제적'으로 사용한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 부진과 하반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에 앞당겨 쓴 재정이 바닥을 보이는 '재정절벽' 우려를 하방 위험으로 거론하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가 높아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하반기 추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금리인상 기대 약화…'선제적' 대응 명분

9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해 6월 인하 결정 이후 1년 만에 동결 기조가 깨지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 부진과 내수 개선세 약화로 올해 성장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를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하반기 재정지출 급감과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은이 앞서 기준금리 효과가 약화된 점을 우려했음에도 얼마 남지 않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빼든 것은 하방 리스크를 크게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고하저' 양상으로 진행될 경기 리스크를 감안할 때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된 6월을 적기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정책 타이밍과 선제적 의사결정의 명분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도 "선제적 대응의 의미로 볼 때 6월이 인하 시기로 적절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올 가을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 인하를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6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와 관련해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이날 인하 결정으로 한은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 재정정책 병행 촉구…"추경 편성 불가피"

특히 이 총재가 이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조정 정책의 '3박자' 론을 거듭 강조한 점은 정부의 추경 편성 논의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 성장 약화를 막을 수는 없다"며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이 같이 가야하는데 올해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을 상당히 높였기 때문에 하반기에 성장에 미칠 효과가 마이너스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동락 코리아에셋 연구원은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재정절벽을 우려하고, 추가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완중 팀장은 "하반에도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 안전망 지원 이슈가 떠오르게 되면 결국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언급될 것"이라며 "상반기 정부부문의 성장률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2% 중반대 성장세도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나 입장에서도 성장률 추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대외 여건 관건

일각에서는 선제적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 수순이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이 총재는 "기준금리 1.25% 수준이 실효 하한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인하)여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공 연구원은 "선제적 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정책 당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추후 인하 기대를 열어둔 만큼 정부의 추경편성과 발 맞춰 한번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하로 추가 금리 시그널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하반기 추경과 함께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팀장은 "오는 10월 재정지출 확대 이슈와 맞물려 정책 공조의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요구될 수 있다고 본다"며 "가계부채 문제 외에는 대내적 여건 상 금리 인하를 저지할 명분이 없어 미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시장 등의 대외 여건 흐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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