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만에 최저치…당국 종가 맞추기 개입 추정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초반선에 턱걸이하면서 넉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3월 금리 인상과 신속한 세제개편 관련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원화 걍세 용인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 낙폭이 커졌다. 장중 113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당국의 종가맞추기 추정 물량으로 해당 레벨은 지지됐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내린 1132.0원에 개장해 전날보다 5.8원 내린 1131.5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4일(1131.1원·종가기준) 이후 넉달 만에 최저치다.
밤새 미국 세제개편 및 금리 인상 지연 경계감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하단이 지지되면서 오전 10시 13분 1134.5원에서 고점을 기록했다.
정오를 전후로는 급격히 낙폭을 키웠다. 오전 11시 45분을 기점으로 급락해 오후 12시 56분 1127.6원에서 바닥을 찍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30원선을 반납한 것은 지난해 11월 9일(1128.7원) 이후 처음이다. 이후에도 1130원선 을 밑돌던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급격히 레벨을 높이면서 1131.5원에서 최종 마감했다.
특히 이날 유일호 부총리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에 대해 "이정도 등락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항상 걱정하는 부분은 급격한 변화"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를 용인했다는 해석이 나온 점이 장중 급락의 단초가 됐다.
원·달러 환율이 미 대선 직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은 트럼프 정책 기대와 미국 금리 인상 경계감이 완화된 영향이다. 최근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월 금리 인상 신호가 부재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도 오는 8월 통과로 시장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최근 투자심리 호조와 함께 신흥통화가 강세압력을 받으면서 원화의 강세 흐름이 진전된 측면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에는 반등하는 분위기였으나, 유일호 부총리의 원화 강세 용인 발언 이후 급락하면서 1130원선을 하향 이탈했다"며 "장 막판에는 저점 인식에 따른 매수세와 함께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유입되면서 급하게 종가가 1130원 위로 뛰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토요일 역외 시장을 앞두고 1130원선을 내주게될 경우 크게 밀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종가 맞추기성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1130원선 붕괴와 동시에 추가 하락, 반등의 양방향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단기 바닥이 무너지면서 추가 하락, 레벨 하향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세제안 공개를 앞둔 일부 기대감과 트럼프 당선 당시 공방 구간인 1128원선을 전후로 장중 속도조절 및 변동성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 연구원은 "1130원선에서 명확한 하단을 확인했고, 다음주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앞두고 금리 인상 경계감도 살아있는 만큼 확실한 반등 재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약화됐고, 4월 위기설 우려를 다소 해소한 점도 상승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