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 '쥐꼬리' R&D 투자 규모 다시 수면 위로
제과업계 '쥐꼬리' R&D 투자 규모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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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업계 경쟁력 갉아먹어 적극적 R&D 권유"
"입맛 '잘' 안 바뀌는 식품업종 특성 반영해야" 의견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제과업계에 '불황 돌파구'로 자사의 간판 브랜드를 이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제품의 이미지로 쉽게 소비자를 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만큼 실패 위험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컬래버 전략은 제과업계에 유혹거리로 한층 더 다가온 모습이다.

제과업계의 신제품 연구개발(R&D) 의지는 예전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쥐꼬리'만한 R&D 투자 규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사진 = 각 사

2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달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비이커'와 함께 초코파이 이미지를 활용한 커플티셔츠 2종, 휴대폰케이스 2종, 캔버스백 2종 및 초코파이 3가지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초코파이情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였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5월 출시한 요구르트젤리의 성공 이후, 편의점 3곳과 대형 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꼬깔콘젤리, 수박바젤리 등 다양한 협업 제품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앞서 크라운해태제과는 커피 제품 생산 업체인 쟈뎅과 대표 제품인 '쵸코하임'의 맛을 아이스커피를 선보였다.

이러한 간판 제품들을 활용한 컬래버 전략은 매출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지난해 하반기 젤리 매출이 24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117억원보다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자사의 유명 브랜드인 꼬깔콘, 수박바 등과도 컬래버한 젤리를 선보이며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 젤리 시장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며 "올해 젤리 매출도 지난해 대비 100% 이상 신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패션·뷰티 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컬래버레이션이 제과를 비롯한 식품업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자, 업계 내에서도 불황 돌파구 모색으로 적절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도 수시로 유행이 바뀌는 제과업계에서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관심을 받아 온 간판 제품을 활용한 콜래버 전략은 매출 견인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브랜드 전체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컬래버 전략은 안 그래도 R&D 투자에 인색하기로 알려진 제과업계에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R&D 투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롯데제과 74억원, 오리온 31억원, 해태제과 2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과업계의 R&D 투자 규모는 매출액 대비 불과 1% 이내로, 이러한 '짠돌이' R&D 경영 환경 속에선 신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규모 R&D 투자비용으로 인해 혁신 제품은 점점 더 사라지고, 신제품이 성공할 때마다 '너도나도'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에는 컬래버 열풍에 편승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제과업계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의 입맛 자체가 보수적인 데다 잘 바뀌지 않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창 이슈였던 허니버터칩의 인기로 결국 공장까지 증설했지만 이에 대한 열풍이 금새 사라지는 사례를 보면, 소비자의 입맛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쉽지 않고 그만큼 까다롭다"며 "이 같은 제과업계의 R&D 투자 규모는 업종 특성상 적절한 수준일지도 모른다"라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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