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언급 신중해진 이주열…"北 리스크 예측 어렵다"
'자본유출' 언급 신중해진 이주열…"北 리스크 예측 어렵다"
  • 이은선 남궁영진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7.04.13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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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자산 축소, 신흥국 자금 이탈 요인"…통화정책 완화 기조 변화 시사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남궁영진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금리 인상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미 금리 인상에도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해온 것과는 사뭇 달라진 변화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낮다졌다는 언급도 나오면서 그동안 유지해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13일 한은 소공동 본관에서 열린 '4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내외 금리차가 축소돼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냐"는 질문에 "국제 자금의 유출입은 내외 금리차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와 환율 전망,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유동성 사정 등을 감안해 이뤄지는 만큼 내외금리차 하나만 갖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경제현안 보고까지만 해도 "미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 유출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주 전과는 달리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같은 입장 변화에는 이달 들어 부각된 '대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총재는 "3월부터 증시에서의외국인 매수 흐름이 크게 확대됐다"며 "4월 들어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소폭 순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매도폭이 크지 않아 외국인 주식투자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채권자금도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앙은행 등 공공자금 투자와 단기성 자금도 상당 부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제 영향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규모 축소 역시 신흥국 자본유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아직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실시 이후 자산 규모를 축소한 사례가 없어 그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난 2013년 중반 테이퍼 텐트럼 경험을 비춰보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와 함께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신흥국 자금유출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과 같이 자산규모 축소도 점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고, 시기라든지 방식, 축소 규모와 관련해 시장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 그런 면에서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헷지 물량의 영향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CDS 프리미엄 상승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일부 영향을 줬지만, 주된 영향은 국내 은해오가 기업들이 해외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리면서 한국물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헷지를 위해 CDS 매입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최근 상승세가 큰 폭은 아닌 만큼 4월 위기설과 연계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4월 위기설'의 또 다른 근거로 거론되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대해서는 당장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 총재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도 지정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반등세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시인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소 높였고, 앞으로의 성장 물가 경로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은 이전에 비해 줄어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대외 교역 요건을 둘러싼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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