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개선에 인수지침 완화 시동…새 정부 눈치보기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공동물건 기준의 가입자들을 일반물건으로 전환하는 등 자동차보험의 인수지침을 완화하고 있다. 손해율이 낮아져 여력이 생겼다는 시각과 함께 새정부에 발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2일부터 공동물건의 일반물건 전환에 대한 설계제한 지침을 대폭 완화했다.
공동물건이란 사고율이 높거나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등을 낸 경험이 있어 자동차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운전자들이 무보험으로 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이 계약을 공동으로 인수한 뒤 사고가 나면 손해보상을 같이 분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물건에 비해 보상범위가 제한되고 특별할증이 붙기 때문에 보험료가 상당히 높아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현대해상은 갱신 가입자 중 1년에 사고가 2회 났을 시 보험가입이 3년 이하인 가입자는 공동물건으로만 인수했지만, 앞으로는 가입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또 2년 내 사고자 중 3년 2회 이상이거나 직전해 사고가 있어도 공동물건으로만 인수 가능했는데, 직전사고가 있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신규 가입기간 공백, 사고운전자, 1년간 사고횟수등과 관련된 인수지침도 완화했다. 현대해상은 다른 보험사에서 유입된 가입자 중에서 1년에 사고가 두번 났을 시 보험 가입이 3년 이하인 고객은 종전엔 가입이 불가했지만 앞으론 인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고운전자에 대해서도 다른 보험사 가입자 중 3년에 3회 이상 사고가 났을 시 인수가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3년에 4회 이상이거나 1년에 3회 이상시에만 거절하도록 바뀌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손해율 개선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보 포석"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현대카다이렉트 통합 이후 손해율이 증가하면서 갱신 대상자를 대상으로 인수심사를 강화하다가 시장점유율이 다소 줄어들었는데, 인수기준 완화를 통해 빼앗긴 점유율을 다시 찾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같은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생활비 절감 대책에 발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화재도 이같은 내용의 인수지침 완화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달 간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공동물건에 대한 인수지침을 완화해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현재 보험사들이 사고 발생이 잦은 운전자, 특히 화물차, 이륜자동차 등의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손보사의 보험 가입 거절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 발생이 잦은 운전자는 개별 보험사로부터 보험가입이 거절되더라도 상당 부분은 보험사의 공동인수로 보험가입이 이뤄진다.
이때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비싸게 받기 위해 특정 자동차보험 계약을 계속 거절해서 공동인수 계약을 체결하도록 담합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물건은 2013년 4만7000건에서 지난해 47만5000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보험사가 차 보험에서 적자를 지속해 어느정도는 공동인수제를 인정해주는 면이 있었는데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점차 좋아지면서 문제가 제기되는 듯하다"며 "다만 담합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최근 이러한 공동인수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공동인수보험료 산출 방식의 종목·담보별로 세분화하고 유명무실화된 '공동인수 전 공개입찰(계약포스팅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