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광기를 즐겨야 하는가
주식시장의 광기를 즐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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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B연구소 이현우 연구원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주식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다. 코스피는 물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지수, 나스닥지수, 대만 주식시장, 싱가포르지수도 급등해 대다수의 시장에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승추세가 국내 경제현황과의 연동성을 상실하면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식시장에서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이코노미스트나 스트레티지스트들이 경기주기의 등락을 분석한 후 과거 추세와 비교하여 향후 주식시장의 등락을 예측하는 포괄적인 전망자료가 주식시장의 개별 종목이 아닌 큰 숲을 본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3년 이전까지는 이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유효했다.
경기주기의 상승과 하락을 상대적으로 잘 예측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의 향후 추세에 대한 전망도 비교적 적중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등락이 경기주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이론에 비추어 보면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유지하기보다는 일정기간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모습이 전개돼야 맞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몇 차례의 급락이 있었을 뿐, 그 급락 이후 낙폭을 만회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경기주기의 회복속도에 대비해 너무나도 단축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현재 주식시장에는 ‘급락은 곧 매수의 기회’라는 맹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특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이제 경기주기와는 관계없이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승 일변도의 주식시장 흐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유동성의 막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일정부분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투명성 제고로 인한 것임은 사실이다. 문제는 2007년 3월 초 이후 전개된 급등장세에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중국 경기활황의 수혜를 받은 선박·철강만이 양호한 실적을 보였을 뿐 대다수 IT관련 기업들과 건설경기는 상대적으로 침체된 모습이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상승이 미국 경제를 위시한 글로벌경제의 확장에 의해 수출기업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진행된 것이었던 데 반해 2007년 3월 이후의 급등은 실적보다는 내수기업 수익성 개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주변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에 동조한 유동성의 힘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4월 11일 기준 51조 6천억원이고 증권사 고객의 개인 예탁금이 11조 4천억원이며 국민연금의 투자금액도 2조를 상회하고 있어 저가매수를 노리는 자금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3월말 이후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순매수가 무려 2조 3천억원을 기록하여 코스피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문제는 이런 외국인 순매수 역시 막연한 기대감에 기반을 둔 투자라는 데 있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초대형 호재가 그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 시장에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 같은 급작스러운 매수세가 글로벌 주식시장의 막연한 상승과 연계된 유동성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중국증시가 4월 2일 이후에만 무려 18% 상승하면서 거래일 기준으로 일평균 1%를 상회하는 상승세가 전개되고 있고 이런 상승세를 주변국 주식시장들은 경쟁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더 이상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펀더멘털보다는 막연한 심리와 연계된 시중 유동성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FBR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국내에서는 부동산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급작스럽게 금리를 2~3% 인상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시일 내에 부상하기 전에는 현재의 동아시아판 비이성적 충만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동아시아 주식시장은 낙관론이 새로운 낙관론을 창출해내는 심리적 선순환의 영향으로 상승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선순환의 동력인 유동성이 고갈되는 때 주식시장은 하강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버블은 언젠가는 붕괴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버블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터지지 않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국내 모든 전문가들이 “더 이상의 주식시장 하락추세는 없다”고 주장하는 그날까지 비이성적 충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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