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확대 기대되지만…"민간 기대 변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다소 낮은 2.8%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정부 정책의 효과로 수출과 소비가 증가하겠지만, 건설과 설비투자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을 내놨다. 본격적인 소비 회복세를 기대하려면 일자리, 복지 정책에 더해 민간의 기대 변화를 위한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은 1일 '2017년 금융동향과 2018년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8%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은 3.1%로 전망해 정부와 한국은행(3.0%)보다 긍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정부정책 효과로 민간소비가 확대돼 성장을 이끌 전망"이라며 "하지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세가 둔화돼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률은 낮아지지만, 내년부터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박 실장은 "세계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경기 사이클 상 하강 진입이라고 볼 수은 없다"며 "건설투자가 최근 급성장한 반작용으로 증가율이 둔화되고, 수출이 더 빠른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경기적 요인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내년에는 건설투자의 성장률 기여도가 지난해 1.6%p, 올해 추정치 1.2%p 수준에서 내년 0.1%p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건설투자는 올해보다는 0.9%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주거용 건물 신규착공이 줄어들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축소되면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3.4% 성장해 올해(13.4%)보다는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규모면에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지난해 4분기 정점을 통과한 기계류 설비투자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는 국면으로 분석됐다.
대신 민간소비는 올해 추정치(2.4%)를 상회한 2.6%의 성장을 예상했다. 박 실장은 "내년 예정된 기초연금의 인상, 아동수당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민간소비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부담 가중, 고령화에 따른 저축확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소비가 단시일 내에 빠르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총수출은 글로벌 교역 회복에 힘입어 3.1% 성장이 관측됐다. 상반기는 4.0%,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를 반영해 2.2% 성장이 기대됐다. 글로벌 교역 회복총수입증가율은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둔화로 올해 7.6%보다 낮아진 2.7%로 제시했다.
내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경우 올해(2.1%)보다 다소 낮은 1.8%로 떨어질 전망이다. 민간소비 개선와 최근 생산자 물가와 수입물가의 높은 증가세에 따른 2차 효과를 반영해 현재 1% 중반대 수준인 근원 소비자 물가의 상승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 요인인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됐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만큼 거시정책은 인위적인 경기보강 보다는 국내외 금융불안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내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는 금리 인상을 둘러싼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시장의 인식 괴리, 중국 경제의 부채 리스크, 북핵 위험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불확실성, 가계부채 등이 꼽혔다.
특히 통화정책의 경우 북핵 위험 등 하방리스크가 현실화될 때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여건히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박 실장은 "인플레가 목표에 근접하고 재정지출도 확대돼 통화 완화의 필요성은 축소되는 반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정책 축소,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으로 초저금리 유지에 따른 부담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성장률의 소폭 하락은 구조적 요인이 크므로 통화정책 완화의 실효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향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정책의 경우 소득주도와 일자리, 공정, 혁신이라는 중장기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화된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해 민간의 미래에 대한 행태와 기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일자리, 복지정책의 강화가 소비 증가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지하겠지만, 정책 효과가 충분히 발현되려면 민간의 기대변화 등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며 "지난 10년 간 6번의 추경에도 2010년을 제외하면 소비 증가율이 1~2%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민간의 장기적인 소득전망을 충분히 변화시키지 못할 경우 정책 효과로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