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법 또 '표류'
자산운용업법 또 '표류'
  • 임상연
  • 승인 200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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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합의없이 다음 회기로 연기... 투신권 '불안'
은행 금전신탁 금지, 관련법 제정에 최대 걸림돌


자산운용업법 제정이 또 다시 뒤로 미루어졌다. 지난 3월 투신사 직판과 방카슈랑스 등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는 자사운용업법이 지난주 19~20일에 열린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에서도 이견 합의를 보지 못하고 다음 회기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이 법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을 기대하고 1년여에 걸쳐 관련 업무를 준비해온 투신업계 등 관련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연내 시행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당국은 오는 7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 재상정, 올해안에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쟁점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거나 졸속 처리될 경우 자산운용업법이 자칫 ‘알맹이’ 다 빠진 빈 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 자산운용업법 제정에 가장 큰 걸림돌인 쟁점 사항은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금지, 투신사 직판, 일반사무수탁업무의 아웃소싱 의무화 등 3가지다. 이중 직판의 경우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맞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반면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금지와 일반사무수탁업무의 아웃소싱 의무화는 이해당사자들의 로비와 반대로 얼룩진 상태. 하지만 ‘동일 기준 동일 규제’라는 자산운용업법의 슬로건을 위해서는 어느 하나라도 쉽게 포기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과 학계의 설명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금지, 일반사무수탁업무의 아웃소싱 의무화, 투신사 직판 등 3가지 쟁점에는 은행-증권사-투신사-사무수탁사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30조원에 달하는 불특정금전신탁 금지 조항의 경우 그대로 법이 시행되면 최근 SKG 카드채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자산운용의 핵심인 운용부문을 못하게 됨으로써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PB시장에서의 일보후퇴도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자산운용업법 제정을 막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직간접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는 등 법 제정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당국과 금융권, 학계에서는 이번 자산운용업법을 통해 자산운용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은행중심의 금융경제로 인해 돌연변이로 성장했고 그 부작용과 비효율성이 곳곳에 나타나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통합자산운용업법을 계기로 은행내 고유계정과 신탁계정간의 부당지원 등 부작용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물론 동일한 상품에 동일한 법을 적용, 자산운용 산업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원로도 “겸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별로 특성을 살려 위험을 분산시키고 효율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은행도 단순히 밥그릇을 지키기에 안간힘 쓰는 것보다는 새로운 룰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 투신사 직판은 ‘대세’

투신사 직판 문제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투신사의 투자 리스크 등을 고려해 상품 개발 및 운용은 투신사가, 마케팅 및 판매는 판매사가 담당하도록 이원화해왔다. 그러나 이원화 제도의 근거가 됐던 당일환매제도 등이 개정된 이후 다양한 상품 개발의 필요성, 고객의 이익과 요구 수용 등을 위해 직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고객의 과비용 부담과 운용-판매사간 비용 역전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투신사 직판 주장이 ‘대세’로 자리매김돼 가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투신사 직판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허용범위와 시기. 직판 허용을 놓고 그동안 대립했던 증권-투신업계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자산운용업법 시행 1년내에 20% 미만까지만 허용키로 했다. 증권업계의 투신영업 위축과 이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를 막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증권사에 펀드 유사상품인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허용되면서 직판 허용시기와 허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부당국내에서 직판 허용범위를 당초 안보다 2배 이상 늘린 50%까지 잡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투신사들은 직판시기도 관련법 시행에 맞춰 바로 허용하고 계열사 지원 범위에 대한 제한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 투신사 대부분이 은행 증권사의 자회사인 상태에서 투신사 직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직판을 위해선 전산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투신사 대부분이 비용부담으로 엄두도 못내는 상태여서 증권사들의 영업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칠 상황도 못되고 결국 증권사에 전산업무를 아웃소싱해야 하는 형편이므로 현상태가 급작스럽게 달라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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