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통계 이래 최저치…1년새 19조 '뚝'
가계 여윳돈 통계 이래 최저치…1년새 19조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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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한국은행

지난해 가계 순자금운용 50조9000억…2009년 이후 가장 낮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가계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금융거래를 통한 여윳돈 규모가 2009년 통계 편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거래를 통한 순자금운용(net lending)은 50조9000억원으로 전년(69조9000억원) 대비 19조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존 최저치는 2010년 중 59조3000억원이었다. 

가계의 순자금운용은 2011년부터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 2016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자금운용은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금융자산에 투자한 자금운용액에서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감소한 것은 가계의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가계가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123조7000억원으로 1년 전(143조8000억원)과 비교해 20조1000억원 줄었다. 금융기관 단기차입금(26조4000억원→26조8000억원)은 증가한 반면 장기차입금(108조3000억원→116조원)은 규모가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의 경우 예금취급기관(7조7000억원→7조1000억원)에서 조달한 규모는 줄었고 기타금융기관(18조6000억원→19조7000억원)은 늘었다. 장기차입금은 예금취급기관(98조6000억원→70조3000억원)은 급감한 반면 기타금융기관(17조4000억원→22조5000억원)은 큰폭 상승했다. 

가계가 금융자산 등에 투자한 자금 운용액은 2016년 213조7000억원에서 2017년 174조 6000억원으로 39조1000억원이나 축소됐다. 금융기관예치금(108조5000억원→92조6000억원), 보험 및 연금준비금(87조7000억원→83조3000억원), 채권(-1조8000억원→-15조3000억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7조3000억원→-3조9000억원)으로 모든 부문에서 투자가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주택 구매가 늘면서 가계 여윳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을 줄여 실물자산을 늘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거용 건물 구매금액은 107조3000억원으로 전년(90조5000억원)과 비교해 17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 여파로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가 크게 늘면서 가계의 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1687조3000억원으로 전년(1566조7000억원)에 비해 120조6000억원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잔액은 3667조6000억원으로 2016년(3390조4000억원)에 견줘 27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규모는 2016년 2.16배에서 2017년 2.17배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정부 여윳돈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세금 징수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말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년 말(39조2000억원)보다 10조원 늘어난 4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자금조달액은 30조5000억원, 자금 운용액은 79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조3000억원, 2조3000억원 감소했다. 정부 융자, 채권 등을 통한 자금 운용은 늘렸지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금융기관 예치금을 통한 자금 운용은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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