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문 교보생명 추월...LG카드·조흥은행 이어 세 번째 큰 M&A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서지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확정했다. 1석3조다.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덩치도 키운데다 비(非)은행 사업을 강화하며 내실도 다졌다. 무엇보다 자산 기준 KB금융그룹에게 뺏긴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재탈환했다. 다시 불붙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위 경쟁 관전 포인트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 시너지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로 귀결된다.
신한금융은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8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프리미엄 6100억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이사회 직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라이프투자유한회사 윤종하 대표이사(MBK파트너스 부회장)는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조 회장은 체결식에서 "오렌지라이프의 성공적 인수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내실 있는 오가닉(Organic) 성장과 국내외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의 지속적인 추진을 병행해 그룹 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렌지 움켜 쥔 신한금융 '날갯짓' =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지난해 9월 창립기념식에서 조 회장이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M&A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이뤄졌다. 신한금융 역사에서 LG카드(현 신한카드·7조2000억원), 조흥은행(현 신한은행·3조4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M&A이다. 이로써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오렌지라이프를 움켜 쥔 신한금융은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금융그룹의 자리를 되찾게 될 전망이다. 6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53조3000억원으로, KB금융(463조3000억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의 자산(31조5000억원)을 더하면 484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KB금융을 제치게 된다.
당기순이익 규모로도 KB금융을 누를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올 상반기(1∼6월)에만 18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1조7960억원으로 KB금융(1조9150억원)에 1194억원 차이로 밀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소한 차이로 앞설 수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개선된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리딩그룹 경쟁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서 판가름 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의 순이익 비중은 신한은행 66.8%, 신한카드 14.8%, 신한금융투자 9.6%, 신한생명 3.68% 등이다. 은행과 카드 비중이 80% 이상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게 신한금융의 약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신한금융은 이런 쏠림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그룹의 생명보험 사업라인 강화를 통해 현재 은행·카드 중심의 그룹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한+오렌지 보험업계 지각변동 예고 = 신한금융그룹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하면 미래에셋생명을 제치고 단숨에 생명보험업계 '빅5'에 진입하게 된다. 올해 6월말 기준 오렌지라이프 자산규모는 31조5375억원이다. 신한생명은 30조7350억원이다. 두회사 자산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총 자산규모가 62조2725억원 규모로 커진다. 업계 4위 농협생명을 바짝 쫓는 한편 미래에셋생명과는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의 위상을 넘본다. 합병시 4위권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외형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누적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수입보험료는 각각 2조2056억원, 1조6200억원으로 양 사를 합하면 업계 4위 교보생명(3조6746억원)을 약 1500억원 가량 웃도는 3조8256억원 규모다.
사업적으로도 오렌지라이프가 서울과 강남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왔다면 신한생명은 지방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보험설계사 조직의 연령층도 오렌지라이프는 비교적 젊은 보험설계사가 주축이고 신한생명은 40~50대 보험설계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경우 합병시 고객층이 넓어져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판매채널 확대도 기대가 크다. 은행계 생보사인 신한생명은 TM(텔레마케팅)채널과 신한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채널이 강점이다. 하지만 저금리와 IFRS17 도입 영향으로 저축성보험 수익성이 줄어들자 방카슈랑스의 매력도 낮아지는 만큼 ING생명의 탄탄한 전속설계사 채널이 대면채널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직문화 부문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오렌지라이프는 오랫동안 외국계 자본 조직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도입하는 등 개별적인 조직 색깔이 뚜렷한데 신한생명은 전통적인 한국의 위계질서와 같은 조직문화를 갖춘 조직이어서 문화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전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