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재개발②] 세운상가 토지주 대립…재개발 시급 vs 역사적 가치 보존
[을지로 재개발②] 세운상가 토지주 대립…재개발 시급 vs 역사적 가치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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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전면 재검토" 발언에 갈등 심화
서울 중구 세운3구역 상가 일대. (사진=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세운3구역 상가 일대. (사진=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의 재개발 사업 추진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뜨겁다.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사업인 데다 을지로 대표 노포들도 철거 위기에 놓인 만큼 재개발 찬성론-반대론자의 의견 다툼부터 이해관계자들의 진흙탕 싸움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찬성론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면 재개발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론의 경우 을지면옥 등 역사성을 지닌 공간은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서울시가 발표할 을지로 재개발 전면 재검토 관련 종합대책이 한 쪽으로 치우칠 경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세운3구역 토지주 "안전 위험 커, 서울시 약속 지켜야"

우선 비교적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은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측이다. 이들은 낙후한 건물을 개선하기 위해선 개발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취약한 시설이 재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1968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지어진 세운상가는 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다. 

세운3구역 일대 토지주에 의하면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상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다수가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세운상가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청계상가(1979년 입주)와 대림상가(1971년 입주) 역시 마찬가지다. 길이 좁은 탓에 소방차 진입도 어렵다. 감전·화재 위협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 21일 세운3구역 토지주 200여명이 시청 앞에서 벌인 집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토지주는 "지은 지 오래된 만큼 비가 오면 물이 새서 감전이나 화재의 위험이 크다"며 "하루빨리 재개발이 필요한 곳"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1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에 피로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다. 특히 이미 보상비를 지급하고 임차인을 내보낸 상황에서 개발을 보류시키는 것은 소지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올 초부터 재개발이 본격화한 청계천 을지로 일대는 3-1, 3-4·5지구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80개동 중 33개동 이상이 철거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이미 철거가 시작된 구역은 재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지만,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보류 발언이 토지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 '피맛골 전철 밟을라'…특색 살릴 대안 촉구

재개발을 반대하는 쪽은 그 이유가 찬성론에 비해 명쾌하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전면 개발 시 193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나 서울의 문화·역사를 담은 노포들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며 대책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가 보존되길 원하는 시민단체는 세운3-1, 3-4ㆍ5구역의 철거 진행으로 이미 '제조업 생태계'가 망가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 기계, 공구 관련 사업장들이 떠나면서 수년에 걸쳐 생산라인이 구축된 하나의 공장이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을지면옥이 속해 있는 세운 3-2구역마저 재개발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철거될 경우 오랫동안 지켜온 고유의 정취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 근거로 서울 종로구 '피맛골'의 사례를 든다. 선술집, 국밥집이 몰린 골목으로 6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피맛골은 1980년대 초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 2004년 철거되기 시작했다.

재개발로 인해 청진옥을 비롯한 한일관, 청일집 등 식당들이 주상복합건물에 자리를 내주며 옛 정취를 담은 골목이 사라졌는데, 세운상가가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크다.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식당들도 개발이 완료되면 피맛골처럼 새 건물에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이에 을지면옥 등 일부 가게 주인들은 재개발에 반대해 소송까지 벌이고 있지만 땅 주인 75%가 동의한 후 관리처분까지 통보되면 철거를 피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재개발 계획보다는 상가들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리모델링 방법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다. 대림상가의 한 상가주는 "무작정 오피스텔이나 청년주택을 짓는 것 보다 동네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리모델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을지로 재개발 논란이 가속화하자, 이르면 23일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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