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 하도급업체 기술 무단 유용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 하도급업체 기술 무단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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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4억3천만원 부과·법인 및 양 사 직원 검찰 고발
이하나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4억 31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하나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려 이익을 취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두 업체는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무단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하나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은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에 시정명령과 함께 4억3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및 임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의 기술자료를 유용했다. 하네스란 굴삭기 등 건설장비의 각 부품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부품 상호 간에 전달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선의 집합체다. 통상적으로 굴삭기 한 대당 20여개의 하네스가 장착된다.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기존 납품업체의 도면을 빼돌려 지난 2016년 1월, 타 하네스 제조업체에 전달해 납품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납품견적을 낸 것.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하나의 도면'으로 단순 도면화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도면에는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 정보는 물론 작업 정확도를 높이는 고유정보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도면을 전달한 제3의 업체에게 견적을 내면서 기존 공급처에게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결국 2016년 4월 결국 납품업체는 그해 4월 공급가를 최대 5%까지 내려야 했다. 공정위는 이를 엄밀한 법 위반으로 봤다.

현대중공업 자회사로서 굴삭기 등 건설 기계를 제조·판매하는 현대건설기계 또한 기술유용을 저질렀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2017년 7월경 '하네스 원가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 차원에서 새로운 하네스 공급업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기존 하도급업체가 납품하고 있던 총 13개 하네스 품목 도면을 빼돌렸다. 그리고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게 전달했다. 공정위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현대건설기계는 공급처 변경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두 업체는 경쟁입찰을 통한 기술자료도 유용했다. 2017년 3~9월 경쟁입찰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시제품을 구매하려고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드라이브 샤프트(동력축), 굴삭기용 유압밸브의 시제품 입찰에서 하도급업체의 도면을 다른 업체에 넘겨 견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의 경우 현대건설기계가 분할 설립되기 전후 두 차례에 걸쳐 기존에 배터리 충전기를 납품하던 업체의 납품 승인도면 7장을 신규 개발업체 2곳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사업부가 2017년 4월 분할되면서 설립됐다.

현대건설기계는 입찰 품목이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기인데 이와 무관한 납 배터리 충전기 도면이 실수로 전달됐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이 도면이 리튬 이온 배터리 충전기 개발에도 중요하게 참고할 만한 기술자료라고 판단했다. 기술자료를 건네받은 2개 업체가 각각 낙찰받기는 했지만 이후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드라이브 샤프트와 유압밸브의 경우 현대건설기계가 하도급업체에 시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승인 완료까지 하고도 이후 막상 시제품을 구매할 때는 도면을 경쟁업체에도 넘기며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드라이브 샤프트 도면은 시제품 개발사 외 1곳에, 유압밸브는 9곳에 입찰 참여 제의가 들어갔다.

입찰에서 시제품 개발업체들이 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내 제3의 업체와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10개 사업자에 대한 도면 전달 행위는 납품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자료 유용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더해 하도급업체들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하지 않는 등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7년 4월 분할 전까지 38개 하도급업체들에게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는데, 그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방식을 어겼다. 원칙대로라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정식 서면을 통해 요청해야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요구한 품목 수는 총 396건에 달한다.

현대건설기계 또한 분할 신설된 2017년 4월부터 17년 12월까지 24개 하도급 업체들에게 승인도를 요구하는 등 기술자료 요구절차를 위반했다. 해당 품목 총수만 118건에 달했다.

공정위는 두 업체를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 법인과 함께 현대건설기계의 임원과 차장급 직원 등 2명을 고발했다.

이 팀장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 유용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법 위반 행태를 보여준 명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 3~4개 업종을 대상으로 정밀 모니터링 및 직권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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