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촉진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전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19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들어있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코세페 활성화 방안 내용은 "(행사)기간 중 하루를 지정하여 당일에 구입한 일정 소비재 품목에 대한 부가세(10%) 환급 검토". 코세페 활성화는 부처별 10대 핵심과제 중 기획재정부의 두 번째 과제인 '민간 투자·소비 세제 인센티브 제공'에 포함됐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 중 조세지출 예비타당성평가를 통해 도입 타당성, 실효성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눈치를 보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코세페 활성화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 중 일부일 뿐이다. 정부의 거시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코세페 활성화 방안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처럼 보인다. 일부 품목에 대한 부가세 10% 환급으로 코세페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고 여겨서다.
코세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출발했는데, 애초부터 성공하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를 본 따 우리나라에서도 연말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정부 주도'라는 게 문제였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는 정부가 앞장서지 않았다. 업계에서 주도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니즈)를 충족시켰기에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소비자 입맛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는 예기다.
경제 살리기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건 당연히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효과 없는 정책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적폐청산'과도 어긋난다.
지난 10월2일 '코세페, 내수진작 효과 있나?'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코세페 경제효과'를 토대로 "2018년 참여업체 수는 451개로 2015년(92개)보다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22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인호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446개 코세페 참여업체의 매출은 10조8060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51개 참여업체의 매출은 4조2378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참여업체는 5개 늘었지만, 매출은 6조5682억원이나 줄었다.
코세페는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도했다. 올해는 정부 주도 할인행사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주도' 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11월1일부터 22일까지 열었다.
결국 올해 코세페도 실패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공개됐던 코세페 기간 실적도 올해는 찾을 수 없었다. 담당기자한테 물어보니, 추진위원회로부터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민간 주도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지난해보다도 실적이 나쁜 탓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코세페 활성화를 위한 부가세 환급은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미봉책인 셈이다. 유통업계에서 뼈가 굵은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정부의 부가세 환급 검토에 대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단 0.1%라도 올리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라면서, "이젠 코세페를 그만두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