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후폭풍'에···세계 곳곳 '디폴트' 경고등
코로나發 '후폭풍'에···세계 곳곳 '디폴트'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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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에 있는 다안진 연구소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RNA 검출 키트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광저우에 있는 다안진 연구소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RNA 검출 키트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인해 호주의 항공업계부터 미국 영화관 체인·카지노 업체, 중국 부동산 개발·호텔·소매 업체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일부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올해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억만장자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그룹 계열 호주 항공사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4억25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 가격이 이달 2일 역대 최저치인 85.2센트(발행가 100센트)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초와 비교하면 12%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하반기 예상 수익을 기존 7500만호주달러(약 590억원)에서 5000만호주달러(약 390억원)로 낮췄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현지시간 3일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이 마비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역시 글로벌 무역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운항 취소, 해운 운임 하락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내년에 만기가 다가오는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 사업 차질 등으로 차환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화관 박물관 등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영화관 사업을 벌이고 있는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47개 극장 중 22곳을 폐쇄했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영화관 폐쇄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티켓 판매량이 4.4% 감소하는 등 영화관 관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도박 중심지 마카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달 카지노 41곳이 15일간 폐쇄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했다. 블룸그버그인텔리전스는 "3월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건설, 호텔, 소매업체들 역시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구제하기는 역부족이고, 국책은행과 국영기업들 역시 돈줄을 제공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매출 절벽과 유동성 경색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ANZ은행은 정부의 격리 조치에 따른 중국 기업 손실이 1분기에만 2조6000억위안(3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 컨설팅 업체 가베칼은 1분기 중국 기업들의 손실 규모가 4조위안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국은 영세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자금 부족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체들은 대규모 감원과 투자 계획 철회, 여기에 임금 삭감까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 금융 당국은 은행권에 소상공인들에게 상반기 부채 상환을 유예해 줄 것을 권고하는 등 금융시스템 위기를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투자금융 업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는 등 진화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경제적 후폭풍은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열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자르 후세인 글로벌 신용 헤드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행업계와 신흥국 공급망에 집중됐던 바이러스 충격이 선진국 소비시장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에너지 기업들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한데 이어 세계 곳곳의 주요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3위 해운 업체 CMA CGM은 내년 만기 도래하는 10억달러 물량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데다 신용시장 한파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에너지 업체의 회사채는 가격 급락이 위험 수위로 치달았다. 체사피크 에너지의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이 60센트까지 밀렸고, 휘팅 페트롤리엄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은 38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는 "미국 에너지기업 가운데 정크등급 채권은 올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 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의 디폴트가 발생할 확률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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