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짠 금통위원···'매'냐 '비둘기'냐
새판 짠 금통위원···'매'냐 '비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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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서영경·고승범' 등 親정부 인사 다수
금통위 폴리시믹스·통화 완화성향 강해지나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조윤제 전 주미대사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등 3명을 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공개했다. 고승범 현 금통위원은 한은의 추천을 받아 사상 첫 유임됐다.

국책기관과 관료출신 인사들이 적잖게 기용된 만큼, 앞으로 통화·재정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엄중한 경제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친(親)정부 인사에 따른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을지로 교통 표지판에 한국은행 방향을 알리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을지로 교통 표지판에 한국은행 방향을 알리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전 대사(기획재정부 추천)와 주 교수(금융위원회 추천), 고 위원 등은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친정부' 금통위원 다수 비둘기 힘받나 = 먼저 조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낸 뒤 지난 대선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공약 마련 등에 역할을 했다. 이후 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초대 주미대사를 지냈고,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총재 후보로도 거론된 무게감을 지닌 인물이다.

주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사회과학회 공동대표,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특히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학자로 알려졌다. 과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도 역임했다. KIEP는 정부가 세계 경제와 관련한 문제를 조사·연구·분석하기 위해 설립한 국책연구기관이다.

고 위원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금융관료다. 이 총재의 추천으로 연임했는데, 금통위가 출범한 지난 1950년 6월 이후 금통위원 연임은 첫 사례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거쳐 2016년부터 한은 금통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를 비롯한 일곱 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세 명이 금융관료, 국책연구기관, 대통령경제보좌관 등 직간접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연관이 있는 셈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전례 없는 위기 속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편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친정부 인사가 정부의 정책 기조를 수용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왼쪽부터) 조윤제 전 주미대사,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고승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사진=한국은행)
(왼쪽부터) 조윤제 전 주미대사,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고승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사진=한국은행)

◆전통적 매·비둘기 구분 의미 없어 = 일부에서는 서 원장의 임명으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의 '균형'을 맞췄다는 시각도 있다. 서 원장은 한은 부총재보직에서 퇴임한 후 고려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대한상의 내 꾸려진 SGI 원장으로 일했다. 김중수 전 총재 재임 시절 한은 역사상 최초의 여성임원이 된 인물로, 약 30년간 한은에 근무한 경험을 감안하면 매파로 꼽히는 이 총재, 윤면식 부총재보와 정책 스탠스를 같이할 공산이 크다.

다만 벌써부터 위원들의 성향을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임지원 현 금통위원은 임명 당시 '중립파'란 관측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좁은 폭의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등 매파 본색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위원들이 실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기준금리는 0.75%로 실효하한 금리(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돼 한은 금통위 운신 폭이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진 상태다.

이에 더해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담보 비상대출 프로그램 신설 등 코로나19를 타개하기 위한 전 방위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 만큼, 과거 잣대로 위원 성향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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