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가, 전세자금 수요 지속
정부 규제 나올 때마다 은행 주담대 '고공행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8조1000억원 늘어 6월중 사상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규제가 발표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되레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9.13,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당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주담대가 크게 점프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 전 대출 막차를 탄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가 은행에 손을 벌린 것으로 분석되는데, 전체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담대 증가를 정부가 오히려 부추기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85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원 증가했다. 증가액 규모는 올해 2월(7조8000억원)과 3월(6조3000억원)보다는 적지만 전월(3조9000억원)보다는 1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6월(4조원)과 비교해도 증가액이 1조원 많다.
주담대 증가 규모가 커진 것은 주택 전세·매매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도금대출을 중심으로 집단대출이 많이 집행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집단대출은 2조1000억원 늘었다. 전월 집단대출 증가액(1조원)에 비해서 1조1000억원 확대된 것으로 전체 주담대 약 42%를 차지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3월 4000건, 4월 3000건으로 5000건 아래에서 거래되다가 5월 6000건으로 확대됐다. 경기 아파트 매매 건수는 3월 1만6000호, 4월 1만2000호에서 5월 1만7000호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세 거래가 늘면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5월 2조원에서 지난달 2조5000억원으로 증가폭을 높였다. 주담대 통계에는 주택담보로 취급된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대출 등도 포함된다.
문제는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주담대가 큰 폭으로 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13 대책 발표 당시 주담대는 3조6000억원 불어나 1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고, 12.16 대책때는 5조6000억원 증가해 3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직전에 막차를 타려는 대출이 증가세를 키우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대책 약발이 먹히기는커녕 지속되는 집값 상승세에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중 주담대 증가규모는 45조7000억원으로 2016년(55조8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까지 주담대 증가규모가 32조2000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증가규모의 70.46%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주담대 증가규모가 작년 수준을 뛰어 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주택 거래가 늘고, 공모주 청약증거금 수요가 몰리면서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도 확대됐다. 기타대출은 4월에 1000억원 감소했으나 5월 들어 1조2000억원 늘었고 지난달에는 3조1000억원으로 증가폭을 확대했다. 6월 기준으로는 역시 최대 증가 폭이다. 늘어난 기타대출의 대부분은 가계 신용대출이었다.
이로써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3월(9조6000억원), 2월(9조3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월별 증가 폭이다. 매년 6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분기말 계적요인이 작용하면서 기업대출은 확 줄었다. 지난달 말 은행 기업대출(원화) 증가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달 16조원에 비해 크게 쪼그라들었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 등 계절요인, 회사채 발행여건 개선에 따른 대출수요 둔화 등으로 3조4000억원 마이너스(-)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초저금리 정책금융 취급 축소, 은행의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소상공인 매출부진 완화 등 요인으로 5월 13조3000억원 증가에서 6월 4조9000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