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든 상황에서도 투자를 15%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투자를 늘린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이 작년보다 약 65% 늘린 15조원을 집행하며 전체 투자를 견인했다.
1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74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의 매출은 651조8838억원, 영업이익은 30조3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출은 3.7%(24조9313억원), 영업이익은 25.3%(10조2901억원)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 역시 36조2459억원에서 27조8307억원으로 23.2%(8조4151억원) 감소했다.
64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8개 그룹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이 가운데 GS그룹과 현대중공업, 에쓰오일(S-Oil), OCI, 애경, 한라, 이랜드 등 7개 그룹은 작년 상반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금호아시아나와 호반건설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처럼 상반기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투자액(유형·무형자산 취득 금액 기준)은 43조2910억원으로, 작년보다 15.8% 증가했다.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15조2566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대기업 전체 투자액의 35%에 달하는 것으로, 작년 상반기 투자액(9조2586억원)보다 64.8%(5조9980억원)가 늘었다. 특히 투자액이 10조원을 넘는 그룹은 삼성이 유일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상반기 4조179억원을 투자했고, KT가 1조9990억원, 포스코그룹 1조6890억원, GS그룹이 1조2260억원을 투자하면서 작년 상반기보다 투자액이 각각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14조23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어 SK하이닉스(4조915억원), KT(1조8736억원), 현대차(1조8543억원), LG유플러스(1조3937억원), 포스코(1조3916억원), SK텔레콤(1조3150억원), LG화학(1조2007억원) 등이 1조원 이상 투자했다.
증가액은 삼성전자(6조555억원)가 유일하게 1조원 이상 투자를 늘렸다. 다음으로 포스코(6092억원), GS칼텍스(4582억원), 현대모비스(3501억원), LG유플러스(3489억원), KT(3467억원), SK텔레콤(3363억원), 현대차(3056억원) 등의 순이었다.
영업이익은 삼성이 작년보다 1.2% 늘어난 9조6177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SK(4조2839억원)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이어 현대차(3조537억 원), LG(1조7233억 원), 포스코(1조84억 원) 등 총 5곳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