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통폐합, 거스를 수 없는 추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김현경 기자] 영업점 통폐합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국이 지점 폐쇄 절차에도 외부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추가로 불필요한 점포 줄이기에 나서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0월19일까지 총 10개 지점·출장소를 통폐합한다. 서울에서만 방화동·신금호역·평창동지점이 인근 점포와 통합되고, △분당탑마을 △대전 법동 △부산 다대포 △부산중앙 △울산 전하동지점 등도 문을 닫는다. 미사강변도시출장소와 인천서창출장소는 인근 지점으로 통합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좀 더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점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업점 대형화 계획은 연초부터 계획한 부분이고, 영업점 임대차 계약 등 세부 여건과 당국에서 제시한 통폐합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다음 달에만 20개의 영업점 문을 닫는다. 광주금로지점을 비롯해 △구성역지점 △대림동외국인금융센터 △도곡로지점 △독산지식산업센터지점 △부산미음산단지점 △양산신도시지점 △영등포지점 △용산전자랜드지점 △운정지점 △이매동지점 △전주효자동지점 △중앙동지점 △창원반송지점 △포항양덕지점 등이 대상이다.
이들 영업점은 오는 10월19일 인근 영업점에 통합·운영되며, 문정동 출장소와 우리충대, 우면동, 제주이도, 홍은동 등 출장소는 모점으로 합쳐지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 효율화로 이뤄진 조치"라며 "특히 출장소는 유동인구에 따라 가변적인 경우가 많다. 효율화와 더불어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이후 내점 고객이 줄어들고 있어 오프라인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화곡본동지점 △중곡서지점 △노원역지점 △홍릉출장소 △방배동출장소 △연서출장소 △고대입구출장소 등 총 15개의 지점·출장소를 통폐합한 KB국민은행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지점 통폐합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연말까지 주변 점포 환경과 수익성 등을 따져 추가로 지점 통폐합 작업을 추진한다.
은행들의 영업점 통폐합은 최근 몇년 간 꾸준히 이어졌다.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5년 3924개에서 2016년 3757개, 2017년 3575개, 2018년 3563개로 매년 감소 추세다.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는 이유로 '내점 고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을 꼽는다.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내점 고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탓에 점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실제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며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2분기 말 기준 KB국민 1.50%, 신한 1.39%, 하나 1.37%, 우리 1.34%로 등으로, 4대 은행의 NIM은 1분기 대비 2~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각 은행마다 점포 수를 조절해야 하는 사정도 다르다. 위치가 겹치는 지점이 많거나 영업점 대형화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은행은 굳이 인건비와 임대료가 많이 나가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까지 적지 않은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지점폐쇄에 제동을 거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다소 주춤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업점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 현재 은행권 자율규제로 운영되는 '은행지점 폐쇄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당국의 제동으로 적자가 나는 영업점을 억지로 유지할 순 없다"면서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은행마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