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경제단체들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과 관련해 여당을 상대로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경제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기업을 규제하고, 경영을 위축시키는 법안"이라고 호소하며 법안 처리를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민주당 측은 "정기국회 내 어떻게든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는 14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를 방문해 경제계와 공정경제3법에 대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에서는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공정경제TF 위원장)을 비롯해 김병욱 정무위 간사, 송기헌 의원, 홍성국 의원,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 송원근 산업연합포럼 전무 등이 자리했다.
이날 손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반칙을 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사전적이고 원천적으로 경영이나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뛰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경제3법 관련 쟁점으로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상장사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보유요건 완화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 규제 확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 7가지를 꼽으며 경제계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법안은 규제의 성격을 가진 것도 있고 기업을 도우려는 것도 있는데 지금 거론된 법안 내용들은 대부분 규제"라면서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 봐야 하고, 규제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이며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또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해외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신산업을 위한 경영전략과 과감한 실물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우리 기업들을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제 투기자본과 국내 투기 펀드의 공격, 소액주주들의 소송남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룰에 힘입어 경쟁사 내지 관련 펀드들의 내부 경영체제로의 진입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핵심 경영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손 회장은 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룰 강화에 대해 가장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법대응 능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대형 외부세력의 공격과 소액주주들에 의한 소송남발에 휘말려 경영체계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법,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선 "관련 문제들을 따로 떼어내 볼 게 아니라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경영권 방어제도와 종합적 관점에서 함께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동수 공정경제TF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부터 상당히 오랫동안 검토하고 고민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할 법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무조건 '안된다', '어렵다' 하기보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주면 경청해서 듣고 합리적인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다만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3법을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기존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재계의 합리적인 대안을 충분히 들을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당 공정경제TF는 경총과의 만남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됐던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 강행 의사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강한 비유까지 던지며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문제가 일부 기업들의 문제인지, 전체 기업의 문제인지, 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개선 노력을 해왔는지 등에 따라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해결책이 반드시 법 개정 뿐인지 △법 개정을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여당이 면밀히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정부안을 원칙으로 검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 토론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면서도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오후에 걸쳐 가진 릴레이 간담회에서도 양측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계와 여당이 의견을 상호 조율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오는 15일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관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는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경제계 정책간담회'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자리에는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SK경영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 산하 연구소가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