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 논란, 소모적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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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실직 문제 대책 강구 ‘공수표’ 
역시 로비는 보험회사가 ‘한 수 위’?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지난 16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원회 의장이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철회를 당론으로 정했음을 밝히면서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이 무산될 확률이 높아졌다. 철회의 주된 이유는 30만에 이르는 설계사의 실직문제를 고려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이미 3년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연기될 때에도 똑같이 제기됐던 문제다. 당시에도 방카슈랑스가 연기되면서 설계사 실직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관련업계의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 때에 비해 나아진 게 그다지 없어 보인다. 별다르게 마련된 대책은 없고 연기의 이유는 동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연기만 해놓았을 뿐 3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방안 하나 세우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 2월 임시국회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방침
공교롭게도 3년전 방카슈랑스 연기시에도 이한구 의원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었다. 물론 그 때는 한나라당이 야당이었지만 이 의원은 당시에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이었고 방카슈랑스 연기에 적극적이었다.
한나라당 정책부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0월 안택수 의원에 의해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 안은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철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의원이 이 개정안을 발의한지 5일 후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신학용 의원이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즉,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4단계 방카슈랑스 연기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음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 주자였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역시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어떻게든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 주먹구구식 정책 ‘비판’
이에 일각에서는 국가의 정책을 처리함에 있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을 충분히, 세밀하게 마련함이 당연함에도 막상 시기가 닥칠 때마다 단편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심지어는 결국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 바꾸기가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30만에 달하는 설계사와 관계인들의 입김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금 비약적인 지적일지 모르지만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과 관련해 보험업계는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까지 철회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의지가 제대로 전달된 상황이다. 역시 보험업계 로비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 셈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은행과 재정경제부는 한마디로 ‘새’ 된 상황이다. 은행은 이미 연기된 바 있던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또다시 연기될 판인 데다 이번에는 단순 연기를 넘어 전면 철회까지 갈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은행권의 심정은 그야말로 ‘허탈’을 넘어 ‘분노’에까지 도달할 만하다. 재경부 역시 3년전부터 그렇게도 강조해오던 정책의 일관성에 또다시 먹칠을 당할 판국이다. 똑같은 수법에 뻔히 눈을 뜨고도 두 번이나 당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방카슈랑스는 더 이상 고객의 편의를 위한 차원이 아닌, 단순히 이해 관계자들의 힘겨루기 수단쯤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이다.
3년전 2단계 방카슈랑스가 연기될 때 이동걸 금융연구원장(당시 연구위원)은 “보험소비자 편익증진이 간과됐다”며 “보험설계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연기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원장의 당시 발언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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