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의 우려로 꺼내든 공공재개발·재건축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공공재개발을 향한 서울 정비사업지들의 관심이 뜨겁다. 빠른 사업 진척과 각종 인센티브 제공에 공모 막바지에 다다른 설명회에도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질문 세례를 이어갔다. 예상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면서 내년 3월께 발표될 공모 결과 발표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4일 마감되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공모에는 최대 30~40곳에 달하는 정비사업지들이 참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24곳에서 공모를 접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언론 등을 통해 공모 접수 의향을 밝힌 사업지들까지 고려한다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지들을 대상으로 두 달여간 활발하게 설명회를 진행해 왔고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현재까지 접수된 사업지뿐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하는 곳들과 언론에서 언급되는 곳들 모두 포함하면 최소 30곳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전날 서울 신월7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공재개발 설명회에도 많은 주민이 참여하며 공공재개발을 향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역 주민들은 설명회에 참석한 LH 담당자에게 질문을 쏟아냈으며, 설명회 이후에도 모임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 공공재개발 추진 의지를 공유했다. 37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신월7동 주민들은 연합회를 발족해 공공재개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으며 현재 15%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월7동은 같은 양천구 내 신월동·목동과 달리 지역 노후도가 심각해 슬럼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전체 건축물 약 619동 가운데 87%가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대부분 80년도 후반에 건축된 공동주택(빌라)이 밀집해 있으며, 20년 이상 지난 건물로 책정할 경우 노후도는 약 96%에 달한다. 또 97%에 가까운 건물들이 5층이 채 되지 않으며, 4가구 중 1가구는 지하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월7동 공공재개발 연합회 관계자는 "(신월7동은) 비만 오면 침수되기 일쑤고 곰팡이가 피면서 자체적인 수리에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라며 "이 규제, 저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공공에서 주민들의 주거정비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 등 공공이 계획 단계부터 시행자로 참여한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서울권역 주택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고, 주민들은 빠른 사업 진척과 함께 용적률, 종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남1구역, 흑석2구역, 장위9구역 등은 일찌감치 높은 동의율을 바탕으로 공모 신청을 제출했으며 아현1구역, 성북1구역, 장위8구역, 전농9구역, 당산동6가 등지에서도 공공재개발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도시재생으로 묶여 공모 대상에서 제외된 창신동·가리봉동 등도 동의서를 징구해 주거정비에 대한 주민 열망을 표출한다는 계획이다.
예상보다 많은 사업지가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지 검토에 더욱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재개발 공모 관계자는 "조합 및 추진위 단계에 있는 기존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의 정비구역은 빠른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제구역을 포함한 신규 예정 구역들은 검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며 "당초 3월께 예상했던 공모 결과 발표는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