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IPO 대어급 등장에 신용대출 2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7월 대출 규제책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강화됐음에도 같은 달 가계대출이 6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안정화된 모습이었으나 부동산·기업공개(IPO) 시장 활황에 따른 투자심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1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2900억원 늘었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은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5월 3조546억원 줄고, 6월 1조2996억원 소폭 증가하는 등 안정화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7월 들어 6조원 이상으로 뛰면서 증가폭을 키웠다.
가계대출 확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증가에 기인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489조583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237억원 늘었다. 올해 증가폭이 4월 7056억원, 5월 1조2344억원, 6월 651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7월은 한층 강화된 DSR 규제가 시행된 시기다. 그럼에도 주담대가 확대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부동산시장 호황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부가 연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막차'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최근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76만원으로,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다. 7월 전국 주택 매수우위지수도 101.5를 나타냈다. 매수우위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과 달리 주담대는 사용처가 명확하다"며 "주담대가 늘었다는 것은 DSR 규제와 상관없이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확대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호황에 따른 주담대 증가와 더불어 신용대출도 잇딴 IPO '대어'의 등장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31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8637억원 늘었다. 5월 잔액이 전월 대비 3조7367억원 감소하고, 6월 5383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기업들의 잇단 IPO와 공모주 청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만 IPO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HK이노엔, 크래프톤 등이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는데, 투자심리가 확대되면서 신용대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일인 지난달 26~27일 이틀간 5대 은행에서 나간 신용대출 규모는 5조4498억원에 달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청약증거금만 58조3020억원을 모아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청약 이후 신용대출 증가분 일부가 다시 반납됐으나 IPO 일정에 따라 대출 잔액 급등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73조6095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9728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 수준으로 낮지만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단기간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데다 언제든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통상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대기중인 시중자금이 증가했다는 뜻이고, 감소했다는 것은 대기성 자금이 투자처로 이동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IPO 청약일을 기준으로 신용대출 계수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투자처로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특히 이같은 급등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