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은행권과 빅테크 간 갈등에 대해 "(은행권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걱정을 하더라"며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돌아가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전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의 금융권 현안 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회의에는 은 위원장과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카카오·토스 등 빅테크·핀테크가 참여하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애초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빅테크 종속'을 우려한 은행권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은 위원장은 "금융그룹 회장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제한적으로 하는 방법, 중금리쪽을 우선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줬다"며 "(은행권이) 별로 환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서, 그분들이 그렇게 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테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계획을 수정한다는 의미인가'란 질문에는 "저는 떠나가는 사람이라 발언을 하면 다음에 오시는 후보자 분께 미안하게 된다. 확답하기 어렵다"며 "오늘은 은행권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는 것만 알아달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은 위원장은 "만기 연장은 결론을 내기 어렵다"며 "만기 연장을 하든 안 하든 두개 (선택지로) 끝날 게 아니라 하지 않더라도 창의적인 방법이 있는지 실무자들과 얘기해보자고 했다"며 "예단하지 말고 살펴봐야 하고, 금융권이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시행해온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다음달 종료되면서 이를 한 차례 더 연장할지를 두고 업권 안팎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은행권에 청년 고용을 늘려달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금융권이 수익도 많이 냈고, 배당금을 늘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잘 돼야 전체적으로 부가가치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그에 맞춰서 사회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기대하는 부분을 민간 회사니까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장들은 디지털화가 되면서 옛날 식으로 마냥 고용을 늘릴 수 없는 한계를 얘기했고, 전체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기회를 더 주면 좋으니까 정부나 금융권, 경우에 따라서는 노조가 같이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고 했는데,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승범 금융위 내정자의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이든 시장친화적으로 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시장과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서로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누고, 이해가 되면 그게 시장친화적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 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19로 작년 2월에 혁신산업 발전에 포커스를 두고 짰던 업무 계획을 지키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며 "잘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쉼없이 달려온 것인데, (처음에)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걱정했는데, 주식이든 채권이든 시장이 괜찮게 된 게 다행"이라고 답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쉬려고 (사임을) 한 거니까 우선 푹 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