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위한 규제 강화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산적한 난제를 안고 31일 공식 취임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가계부채 1800조원,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 등 어려운 시기에 국내 금융정책을 도맡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고 위원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40분경 취임식을 마치고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고 위원장의 첫 번째 과제는 '가계부채 해법 찾기'다. 그는 금융위원장 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추가 가계대출 규제 도입을 시사해왔다. 유례 없는 저금리 장기화에 가계부채가 180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통해 '자산 버블(거품)'을 잠재워야 한다는 게 고 위원장의 철학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가계부채 폭증세가 잡히지 않자 보다 강력한 규제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보내왔다.
그는 이날 진행된 취임식에서도 "기존에 발표한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제재도 고 위원장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다. 우리은행 DLF 손실 사태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7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려진 금감원 중징계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현재 DLF,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금감원 중징계를 거쳐 금융위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는 금융사 전·현직 CEO 제재건만 11건이다. 금감원이 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업계 안팎에서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 이어진 데다 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만큼 이들 CEO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는 금융위로선 고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 위원장이 여러 차례 금융사 CEO들과 자주 만남을 갖는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만큼 제재 수위가 낮아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고 위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위원장이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취임식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전반적인 제재 방향을 봐야한다"면서 "만약 시스템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게 있다면 잘 보겠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서도 보다 강력한 관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기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 이용자 보호를 위해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고 위원장의 신념이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가상자산'을 뽑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거래 영업을 하기 위한 신고절차 이행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