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기존 서비스 중단 가능성 없어"
업계 관계자 "자체 라이선스 획득 필요"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소개를 '중개'로 보겠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카카오·네이버·토스 등 빅테크들의 보험업 진출 전략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단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맞게 시정하겠다는 입장은 동일하나 당국이 제시한 핵심요건인 라이선스 획득과 각사 전략에 따라 대응과 전망이 미묘하게 갈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일상 속 위험을 위주로 보장하는 다양한 미니보험(운전자·반려동물·운동·휴대폰·해외여행자보험)의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와 함께 리치앤코 소속 전문 상담원을 통해 제공하던 '보험 해결사' 서비스도 종료한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에 맞춰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 서비스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금융당국이 금소법에 따라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와 자문으로 정의하면서 보험업에 진출한 다수의 핀테크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페이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해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은 같지만 손보사 본인가, 상장 등 빅이벤트를 앞둔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사업을 전면 개편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중개를 하려면 보험업법상 보험상품 판매업자(GA) 라이선스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카카오페이는 보험 자회사를 통해 '광고'라는 명목으로 비교·추천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막강한 협상력을 가진 카카오가 자체 라이선스 없이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수수료 가격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당국이 규제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번 규제는 카카오페이가 손보사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자체 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스처"라면서 "다만 사업 구상안에 상품 상담부터 추천, 개발, 판매, 보상까지도 포함된 만큼 GA 라이선스를 자체적으로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도 '자체 라이선스 획득'이라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페이가 GA로 직접 등록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라이선스 획득 전까지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의 보험 중개 서비스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안이 내달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온라인플랫폼의 GA등록 허용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해당 내용이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토스는 일단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신속하게 준비·대응하겠다면서도 '보험 둘러보기', '전문가에게 물어보기' 등 기존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고객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당국이 토스의 서비스들도 사실상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설계사를 연결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어 중개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토스 서비스 관련 질문에 당국 관계자는 "토스의 서비스들이 이번 금소법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생각보다 당국의 입장이 강경하다 보니, 이번 규제로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에서 보험을 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법으로는 전금업자의 금융상품 중개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은행은 GA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보험 중개,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업법 제 91조는 은행은 GA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만약 토스뱅크가 라이선스를 획득해 GA 등록만 한다면 중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토스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토스인슈어런스라는 보험 자회사가 따로 있고 그 정도의 큰 변화는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토스와는 다르게 그동안 금융업 진출에 조심스러웠던 네이버파이낸셜도 직접 라이선스를 받아 보험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당분간 사업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7월 GA인 'NF보험서비스'를 신규 설립했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의 행보를 봤을때 굳이 리스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와 기존 금융사 상품에 네이버의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하는 협력관계를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보험상품 중개에도 분명 관심이 있다는 평가가 오간다.
또 간접진출의 문턱이 높아진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지난해 말 미래에셋캐피탈과 지정대리인 제도(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 업무 위탁받아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통해 대출사업에 진출한 것처럼 보험업에도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규제로 지정대리인 제도도 금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를 통해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받거나 규제 샌드박스에 해당하더라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별도로 적용을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며 "사업을 하게끔 업을 열어주는 것과 그 업을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맞춰 영위하는 것은 별도로 확인하겠다는 의미라 결국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방법이 아닌 라이선스 획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