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잇따라 해외 경영 행보···'알파기업' 도약 속도
재계 총수들 잇따라 해외 경영 행보···'알파기업' 도약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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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내달 미국 출장 전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印尼 전기차 생산방안 논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포드 배터리 합작공장 등 점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해외 출장에 나설 예정이다. 전기차, 비메모리, 배터리 등 본업을 뛰어 넘는 신사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간의 문어발식 확장, 수직계열화 등과 차별화된 미래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른바 '알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수들이 직접 나섰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해외 경영에 가장 발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총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다음 주 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주에도 미국 출장길에 오른데 이어 곧바로 자카르타로 떠난다. 미국 출장에서는  LA에 판매법인, 중남부 앨라배마에 생산 라인 등  동·서부를 오가며 현지 상황을 폭넓게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LA에 판매법인, 중남부 앨라배마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현지 생산 등 미국 시장에 약 8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어 정 회장은 자카르타로 떠나 오는 25일 인도네시아 정부 주최로 열리는 전기차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특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 생산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지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0%를 보유하고 있고, 망간·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물질을 생산하는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이 같은 자원과 인프라에 기반해 2030년까지 ‘전기차 산업 허브’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화학·철강 업종에 속한 LG화학, 포스코 등과 견줄만큼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알파기업'으로 꼽힌다.

전기차 뿐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UAM), 수소차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최근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Factory Safety Service Robot·팩토리 세이프티 서비스 로봇)' 공개하고 기아 오토랜드 광명 내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향후 다양한 산업현장에 투입이 확대될 경우 현대차 그룹의 미래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 회장이 직접 이끌어 성과를 낸 대표적인 미래 동력 확보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오는 11월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방문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강자 위상에 이어 시스템반도체(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경우 '알파기업'으로서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래 전략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이미 지난해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훨씬 더 이른 시점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매우 지배적이다. 미국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삼성전자의 사안 중 하나가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립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삼성전자는 공장 건립을 위해 170억달러(약 20조원)라는 대규모의 자본 투자 계획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경영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결단도 미뤄졌고 사안에 대한 논의는 지난 5개월 동안 공장 부지선정 단계에서 큰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스위스, 베트남 등을 방문한 이후 해외 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석방으로 인한 취업제한 등 페널티를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TSMC·인텔 등 경쟁 기업들의 반도체 인프라 확장이 본격화된 만큼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신규 파운드리 공장입지 선정에 대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19% 수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TSMC와 비교해 아직 격차가 크다. 투자 확대 및 애플·인텔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로부터의 수주를 늘릴 경우 2023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23% 안착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네패스, 우리바이오, 셀리버리 등 파운드리 연관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됨으로써 중소기업들에게도 경제적 '낙수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계는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행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배터리 사업 점검을 위해 오는 25~2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오는 25일 김부겸 총리와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후 곧바로 출장 일정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사업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114억 달러(13조 102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3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은 포드 경영진과 만나 공장 부지로 예정된 테네시와 켄터키 등지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요구한 반도체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그간 재계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초까지 연간 매출 및 주문 잔고, 상위 고객사 정보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출장을 계기로 국내기업들의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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