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양봉·태양광 등 직접 친환경 실천···"신재생 지향 LS 발전으로 이어질 것"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자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직접 체험해보고, 뒤뜰에 벌통을 두고 꿀벌을 키워 친환경을 실천하는 구자은(57) LS엠트론 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LS그룹 회장에 자리한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LS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정기인사를 통해 구자은 회장을 LS그룹 회장에 선임할 걸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LS엠트론 회장으로 승진한 뒤 ㈜LS 미래혁신단장을 겸임해왔다.
구 회장은 초대 구자홍 회장(2004~2012년, 현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열 회장(2012년~현재, LS회장)에 이어 약 10년간 LS그룹을 이끌게 된다.
재계는 구자은 회장의 취임으로 LS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 걸로 전망했다. 현재 수행중인 미래혁신단의 경험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DT)이 가속화하고, 소규모 팀 단위로 구성되는 애자일(Agile) 조직을 통한 과제 수행 등 경영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구 회장은 미래혁신단에서 '애자일 전환(Agile Transmorma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LS전선의 원픽(One Pick, 배전사업 판매·유통 온라인 플랫폼) △LS일렉트릭 스마트 배전 솔루션 △LS일렉트릭 테크 스퀘어(Tech Square,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LS엠트론 아이트랙터(iTractor) 서비스 △LS 트랙터 파트너 앱(Tractor Partner App) 등 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원픽은 케이블 유통점에서 본사 등에 재고 현황을 요청한 뒤 답변이 오길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즉각 재고를 파악하고 견적·구매·출하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바꿨다. 아이트랙터는 원격으로 트랙터 상태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해 사업자에게 현재 필요한 유지 보수 내용을 전달해 줘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LS 애자일 데모데이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고객의 경험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건 1990년 사원으로 입사한 뒤 약 30년에 걸쳐 현장과 부딪치며 노하우를 쌓아온 결과다.
GS칼텍스(정유), LS전자(전자), LG상사(상사), LS-니꼬동제련비철금속), LS전선(통신), LS엠트론(기계) 등 업종을 뛰어넘는 경험에 변화와 도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LS엠트론 대표이사로 있던 2017년 구 회장은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잘나가던 동박·박막 사업을 매각하고 농기계에 빅데이터·AI 등 디지털을 접목하는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다. 당장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락했지만 올들어 성과가 나타나 상반기 매출 5262억원, 영업이익은 208억원을 달성했다.
재계에서는 LS그룹이 친환경 바람의 수혜를 입고 있는데다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구자은 회장과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서울 성북동 자택 뒤뜰에 벌통을 설치하고 양봉을 시작했다. 1년만에 꿀벌이 4만마리에서 15만마리로 늘었고, 연간 10ℓ의 꿀을 생산한다.
그는 꿀벌이 멸종되면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의 70%가량이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꿀벌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도시양봉에 나섰다.
LS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도 꿀벌 살리기에 동참해 지난 7월부터 경기도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토종 꿀벌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구 회장이 태양광 발전을 체험해보기 위해 자택에 패널을 설치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LS그룹이 지향하는 사업 모델이 해상풍력단지의 전력을 실어 나를 해저케이블, 태양광·ESS 결합서비스, 전기차 부품 등 친환경 전력 인프라인 만큼 구자은 회장의 실천과 경험이 그룹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