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올해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게임업계에 많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났다. 먼저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행 10년 만에 폐지가 됐다. 또 철옹성 같았던 리니지의 아성을 오딘이 무너트린 가운데 P2E(Play to Earn), NFT(대체불가토큰)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의 등장에 게임사들은 환호했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이용자···'확률형 아이템' 이슈
게임업계의 연초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확률형 아이템'이 뜨거운 감자였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비즈니스 모텔(BM)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구매하기 쉽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유저들은 온라인에서의 반발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나와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했다. 바로 트럭시위를 통해서다. 올해 1월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시작으로 다양한 게임들에서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가 진행됐다. 또 최근에는 대선후보인 이재명, 안철수 후보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공개 추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이른바 '셧다운 제도'도 도입 10년 만에 내년 1월 1일부터 폐지된다. 셧다운 제도는 청소년 게임 중독 방지 등을 위해 2005년 국회에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2011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청소년 개개인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가족에 의한 개별 관리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등의 이유로 시민사회와 게임 업계로부터 반발을 샀다. 10년 만에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앞으로는 부모와 자녀가 가정 내에서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된다.
◇이제는 3N+2K 시대
올해는 게임 빅3라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이른바 '3N'에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의 '2K' 신흥 강자가 도전장을 내밀며 시장 재편을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 시장에 공모주 열풍을 몰고 왔던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으로 게임 시장을 흔들었다. 지난 6월 29일 출시된 오딘은 굳건했던 리니지 형제(리니지M, 리니지2M)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양대 마켓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7주 동안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또 지난달 개최된 '2021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크래프톤도 올해 증시에 입성과 함께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올랐다. 이날 기준 크래프톤의 시총은 23조9152억원으로 엔씨소프트(14조8628억원)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기존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와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호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그간 고착화 됐던 3N 중심의 국내 게임 시장에 2K가 가세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 또 내년에는 2K와 함께 중간 허리 그룹을 이루고 있던 위메이드, 컴투스,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등 중견 게임사들의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NFT' 열풍···P2E 시대 본격 도래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국내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NFT(대체불가토큰)였다. 각 사들은 저마다 실적 발표와 함께 NFT 시장 진출을 알리며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위메이드는 P2E 용어 대신 플레이 앤 언(Play and Earn·P&E)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NFT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대체 불가능한'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NFT는 가상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예술품, 온라인 스포츠·게임 아이템 거래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가상자산·NFT-플레이 투 언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게임 장르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메이드가 단연 선두주자다. 위메이드는 지난 8월 NFT 기반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을 해외에 출시해 동시 접속자 13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을 개척한 주역으로 꼽힌다. 현재 위메이드는 자사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에 게임 100개를 서비스하겠다는 목표로, 여러 개발사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후발주자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도 각각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에 P2E를 적용하고, 내년 상반기에 NFT 거래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또 네오위즈도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 기반의 P2E 게임을 내년 3월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 엔씨소프트, 넷마블, 선데이토즈 등 많은 국내 게임업체들도 NFT를 도입한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