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혁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라며 "올해 기업의 세대교체와 산업 전환,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을 위한 걸음을 재촉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정책금융은 산업자금 공급에서 기업의 세대교체로, 더 나아가 시장참여자들 간 협력게임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거시적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조선시대 대표 경제개혁인 '대동법'을 소개하며 혁신의 장애물이 되는 기득권의 반대와 낡은 관념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동법은 소유한 땅의 크기에 따라 쌀로 세금을 부과하는 표준화된 세제다. 지역별 특산물을 임의로 배정하는 기존 과세방식에 비춰 혁신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이 혁신적 제도가 전국적인 세법으로 확대될 때까지 100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기득권의 갖가지 반대와 낡은 관념 때문이었다"며 "대동법의 정착이, 화폐경제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싹을 틔우게 했다는 점에서 이 기간이 앞당겨졌더라면 조선의 역사도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소신 있는 경제 관료들이 오랜 세월, 정치생명을 걸고 사심 없이 신념을 지켜 이룩한 결과 개혁은 이뤄졌다"며 "혁신은 이렇게 어려운 것으로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세대전환과 산업 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 경영 키워드로 △안정감과 연속성 △내부 쇄신 △연대 및 협력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혁신성장과 산업재편 등 잘해 온 것은 더 잘해서 정착시키고, 탄소금융과 신산업금융 등 새로운 것은 그 기반을 건실히 닦아 지속가능한 여건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해서도 "원칙을 준수해 새로운 관행이 되게 하자"며 "시장은 물론, 지역사회와 노조, 언론이 그 원칙을 이해하고 기대하도록 하고, 국가 전체의 회수율 제고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내자본 공급 확대, 혁신금융부문 강화, 중소·중견금융부문 육성, 기업금융부문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산은의 특기인 일관된 종합금융지원은 자본시장부문의 투자은행(IB) 역량을 통해 보완·완성된다"며 "아낌없는 협업과 선제적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내부 쇄신과 관련해선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는 것이 진정한 쇄신"이라며 "프로토콜에만 얽매이지 않는 조직, 일 잘하면 성장의 기회를 주는 조직, 희망 없는 답습이 아닌 차별화를 추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수십조원 이상의 인내자본 조성을 주도할 리더십 있는 경제주체가 필요하다"며 "프랑크푸르트 지점, 유럽 벤처 데스크 등 탄소금융 선진 지역에 거점을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 전반에 KDB 네트워크를 확충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춰 나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