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강화 가속···권 행장 연임 영향 '주목'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2명의 사외이사를 영입하며 이사회 진용을 새로 꾸렸다. 완전 민영화와 함께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에 이뤄진 이사진 변화여서 어느 때보다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증권, 보험전문가로 불리는 사외이사들의 합류로 전문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을 쥔 사외이사진이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 인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윤 후보는 우리금융의 현 과점주주인 푸본생명이, 신 후보는 완전민영화 과정에서 과점주주 대열에 새로 합류한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타 금융지주와 달리 과점주주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금융은 현재 6대 과점주주 체제다.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1명씩 추천하고, 각 사외이사가 과점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우리금융의 경영 및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현재 우리금융의 과점주주는 △IMM PE(5.57%) △유진PE(4.00%) △푸본생명(3.97%) △한국투자증권(3.77%) △키움증권(3.73%) △한화생명(3.16%) 등이다.
지난해 7월 동양생명의 지분 매각으로 한동안 5대 과점주주 체제로 축소됐으나,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매각 이후 유진PE가 새 과점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얻었다. 푸본생명의 경우, 자리를 지키던 첨문악 사외이사가 지난해 9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사임하면서 윤 후보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사외이사진의 변화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다. 달라진 과점주주로 바뀐 사외이사는 유진PE가 추천한 신 후보뿐이지만, 기존 사외이사들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롭게 합류한 만큼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손태승 회장을 포함해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전체 자추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는데, 새 사외이사들이 자추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자추위는 손 회장과 6명의 사외이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됐었다.
당장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호실적 등으로 권 행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나쁘지 않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새 사외이사의 입김 반영 여부 등이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증권, 보험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합류하며 우리금융이 비은행 M&A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낼 정도로 증권사 등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일 내놓은 신년사에 손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영전략은 수익과 성장기반 확대"라며 "보다 적극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비은행 자회사의 괄목할 성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증권사 인수 혹은 설립을 통해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과 보험업계에 오래 몸담은 새 새외이사들은 우리금융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후보는 1956년생으로 KB생명보험 대표, 하나생명보험 대표, 한국기업평가 대표 등을 역임했다. 다수의 금융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만큼 국내 금융업 전반에 대한 통찰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금융 전문가라는 게 푸본생명 측 평가다.
1962년생인 신 후보는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 담당 임원, 파생상품본부 담당 임원, 경영총괄 임원 등을 거친 후 대표에 오른 '신영맨'이자 '증권맨'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