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유럽의 탄소배출권(EUA) 가격이 하루만에 15% 넘게 급락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 탄소배출권 3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81.82유로)보다 -16.243% 하락한 68.53유로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EUA는 LNG·석탄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의 힘을 받아 96유로를 넘나드는 등 조만간 100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EUA는 최근 들어 가격이 다소 주춤하더니 지난달 23일 94.96유로를 기록한 이후 25일 87.74유로, 28일 81.82유로, 이날 68.53유로로 잇따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EUA 선물을 추종하는 국내 ETF 상품인 KODEX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상품 가격도 2일(한국시간) 18.08%나 급락해 1만1415원에 거래를 마쳤다.
100유로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던 탄소배출권이 불과 일주일 새 -27.833%의 급락세를 보인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양국이 생산하는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물가가 더 오르고 경제성장세는 약화돼, 탄소배출권의 수요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료, 가스, 전기의 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 지출 증가세가 0.4%포인트 둔화하고,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적으로는 EU-ETS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제대로 작동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탄소배출권 전문 리서치 업체인 NAMU EnR의 김태선 대표는 "연료전환 관점에서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상승이 탄소배출권 가격에 반영되는 동조화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며 "1년 새 2배 넘게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자 매수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 여파로 배출권 가격도 하락 반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말 EUA 가격은 약 40유로 내외였다. 그러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확산하면서 같은 기간 미화 2.7달러에 불과했던 LNG 가격이 지난해 10월엔 6.31달러까지 급등했고, 배출권 가격도 동조 현상을 보이며 급등했다.
김 대표는 "기업들 비싼 배출권을 사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탄소배출 감축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시장 매수세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축소를 위한 시장안정화 조치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배출권 가격상승을 초래하고, 이 여파로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게 돼 배출권 매수세 감소와 가격하락을 유도하게 된다"며 "이게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안정화 장치의 기본 로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