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 '3연임'···"몸값 올리기" 과제
KDB생명 매각난항 속 최철웅 대표 "건전성·조직 정비"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카드업계 수장들이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대거 연임에 성공하자 금융권에선 굵직한 '매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점이 연임 결정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일부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안정'을 택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들은 '재신임'을 받고서도 맘이 편치만은 않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2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그는 롯데카드의 대주주가 MBK파트너스로 변경된 이후인 2020년 3월부터 롯데카드 대표로 자리를 지킨 인물로, 그룹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지분 59.8%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조 대표 연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롯데카드 매각 관련 소식도 곧바로 전해졌다. 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KT·우리은행 등 잠재적 매수자와 롯데카드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3~7년 안에 수익을 내고 매각한다는 점때문에 매각설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올해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한지 만 3년이 되는 해다.
조 대표의 연임은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밑작업 단계에서 꼭 필요했다는 시각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앞서 조 대표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만큼, 매각이라는 마지막 과제도 안정적으로 해 낼 수있을 것이라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전문가인 조 대표가 처음 대표로 선임될 때도 MBK파트너스의 엑시트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마케팅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첫 과제를 무난히 수행한 조 대표가 매각 과정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연임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의 남다른 부담을 안고 임기를 맞고 있다. 그의 과제는 '안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서인데, 그 과정에서 ABL생명의 '몸값 높이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자보험은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 정상화를 위해 설립한 공기업이다. ABL생명은 다자보험의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금융당국이 다자보험 매각을 시도할 때 마다 대표적인 잠재적 매물로 거론됐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다자보험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상황이라, 자회사인 ABL생명은 변화보다는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예저치앙 대표는 다자보험 매각에 앞서 자사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실적올리기와 재무건전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신경써야하는 입장이다.
현재 매각을 진행중인 KDB생명도 지난달 30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철웅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30일까지다.
최 대표가 KDB생명의 상근 감사위원과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던 만큼 경영현황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매각 절차 장기화에 따른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안정 속 변화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평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KDB생명은 최근까지도 매각중지 가처분 이슈로 매각절차에 난항을 겪어왔다. 금융위가 JC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MG손보의 자본적정성을 문제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 발표를 미루면서,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가 체결한 SPA 시한이 만료됐고 이해당사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이 매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이 칸서스자산운용이 신청한 주식매매계약 이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매각 관련 불확실성은 줄었으나, 아직도 MG손보의 자본확충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최 대표 앞에는 경영정상화라는 시급한 과제가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 최 대표는 특히 재무건전성 강화, 조직 재정비에 집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최 대표의 연임과 함께 '재무건전성 중심 내실 확보'를 2022년 경영 전략으로 발표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회사가 매각을 앞두거나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을 바꾸는 것은 부담일 뿐만 아니라, 두 대표 모두 재무적 역량이 높은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어 연임이 예상됐다"며 "연임 이후 행보로는 매각 준비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