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상폐 우려···"재발 방지 위해 강력 대책 필요"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경영 사항 등을 뒤늦게 알리거나 번복하는 등 불투명 공시를 자행하는 상장사가 잇따르고 있다. 약세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투자자로 하여금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 11곳, 코스닥 시장 16곳 등 총 27곳의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경우 전년(5곳)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기업은 지난해 27곳에서 11곳 감소했다.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한국거래소에서 정한 신고 기한에 공시를 하지 않은 '공시불이행'(17건)과 이미 공시한 내용을 전면 취소하거나 부인하는 '공시번복'(9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존 공시내용을 일정비율 이상 변경하는 '공시변동'은 1건이었다.
일성건설은 1305억원 규모의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공사 수주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을 9개월 지연 공시해, 위반 제재금 800만원이 부과됐다. 역대 규모의 횡령 사건을 일으킨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배임 혐의발생 공시 중 발생 금액을 잘못 공시해 벌점 5점을 맞았다.
또, 와이팜은 유상증자결정과 전환사채권 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을 번복하면서 벌점 5점과 위반 제재금 400만원도 부과됐다. CBI와 한창, 연이비엔티 등도 타법인 증권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을 철회해 제재를 받았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져 투자자의 피해를 야기한다. 더 큰 문제는 상장 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상장사는 최근 1년간 불성실 공시 부과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 상장사는 주식 거래 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 적격성 실짐심사 대상에 오른다.
연이비앤티는 지난달 8일, 공시 번복 6건으로 벌점 15점과 제재금 6000만원이 한 번에 부과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후 주권매매거래가 중지된 상황이다. 유네코의 경우 전직 대표이사 등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돼 있다.
당국과 거래소가 부실 공시에 대응키 위한 대책을 내놨음에도 기업의 불투명 공시 사례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공시를 올바르게 하는 것은 기본 의무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례가 늘수록 시장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불성실 공시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기업이 불성실공시를 한다는 것은 많은 투자자를 등한시하는 무책임한 자세"라며 "미국 등 금융 선진국처럼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철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