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탄소배출권 선물 도입 시점을 두고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를 더 확대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20일 증권시장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배출권 선물시장 개설을 검토·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달 초 '배출권 선물 상장 및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거래소는 "실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유동성이 부족해 안정적 가격 형성이 어렵다"며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배출권 선물시장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시장 선물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아직 현물 거래밖에 없어 위험을 헤징(hedging)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선물은 현물의 미래 가격에 만기 시점까지의 보유 비용을 더한 가격이다. 현물가격이 현재 100이라도 만기 때 가치가 떨어져 50으로 예상되면 선물 가격은 현재의 현물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현물 가격 추이의 반대편에 있는 선물에 투자해 가격 변동 위험에 대비한다.
탄소배출권의 경우 최근 LNG가격 급등과 같이 에너지 가격변동성이 커지면서 선물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다만,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선물을 먼저 도입해 상품을 다양화 한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국내 배출권 시장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아 개인투자자 등 시장참가자를 확대한 뒤 선물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선물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쪽은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 전문가들이 선물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 전략과 상품을 내놓게 되면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가격도 안정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부문이 먼저 유동성을 제고해 시장을 활성화하면 시장참여자들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도 선물시장이 먼저 개설된 뒤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에서 배출권 기반 ETF 상품을 상장할 때 포지션을 뉴트럴(Neutral)로 맞출 수 있는 헤지 수단이 있어야 상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부장은 "국내 배출권 시장은 한 번에 시장이 열린 게 아니라 기존 목표로 삼았던 차임라인을 지키면서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며 "시장이 발전하려면 이제 선물이 상장돼 금융투자자들이 진입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 도입에 앞서 시장참여자를 늘려 배출권 거래를 더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는 이행연도 배출권 제출 직전 3개월에 집중되고 있다. 2021년물 배출권(KAU21)이라면 제출 직전인 2022년 4~6월 기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실제로 올해 4월 1일~5월 19일까지 한달 반동안 KAU21 배출권 거래량은 204만8000톤이었다. 1~3월 거래량 176만8000톤은 이미 넘어섰고, 지난해 4분기(9~12월)의 253만8000톤에 근접했다. 2021년 한 해 총 배출권 거래량은 287만9000톤이다.
제출과 청산이 모두 끝난 KAU20의 경우 2021년 4~6월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인 53.58%를 차지했다.
나머지 9개월간은 거래가 없어 사실상 4~6월만 기간에 대해서만 선물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20개 증권사가 제3자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시장 활성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탄소배출권 리서치 전문기관 NAMU EnR 김태선 대표는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들어와 장내 거래를 활성화한 뒤에야 선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효율적인 툴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무상할당과 유상할당의 비율에 따른 이월 포션 비중, 60%에 이르는 장외거래 비중, 6월에 배출권 거래량의 29%가 집중되는 시즈널리티 등 문제도 선물 도입에 앞서 개선돼야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