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선 "유럽만큼 오르면 자연스럽게 REC 돌아볼 것"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거래 인센티브인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기업의 목적이 탄소중립이라면 거래소의 배출권을 구입하는게 훨씬 저렴해, 굳이 REC 시장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3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전날 2021년물(KAU21) 온실가스 배출권은 2200원(9.82%) 하락한 톤당 2만2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20여개 증권사가 시장에 참여하면서 배출권 가격이 3만5000원 수준으로 반짝 오르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크게 하락해 2만원 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금액은 민간 기업이 REC를 거래했을 때 받게 되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다.
정부는 최근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탄소중립 캠페인 '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REC 거래시장을 개설하고, 시장 참여 기업에는 REC당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실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459411tCO2-eq/MWh이다. 쉽게 말해 화력발전 대신 태양광 패널로 1MW의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0.459411톤을 저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적용해보면 민간기업이 온실가스 1톤을 저감하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REC 인증서는 수는 2.1767REC다. 지난 2일 'REC현물시장 거래 속보'의 육지 평균 가격은 5만4607원으로, 총 11만8863원을 써야한다.
이같은 지적은 이미 지난해에도 제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업들이 REC거래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REC구매보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REC 가격이 약 3만원,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톤당 3만1000원으로 배출계수를 적용하더라도 약 2배 가량 비싼 수준이었다.
홍 의원의 말처럼 거래소의 배출권을 구입하면 탄소중립 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은 굳이 REC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캠페인인 'RE100' 이행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온실가스 배출권 리서치 전문기관인 NAMU EnR 김태선 대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유럽처럼 80~90유로(10만~12만원) 수준까지 오르게 되면 민간기업들은 자연스럽게 REC 시장을 쳐다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REC시장과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을 연계해서 같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