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3~4주 시장 반응보고 '빅스텝' 결정"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박성준 기자]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현 경제 상황을 '복합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큰 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중첩된 만큼, 우선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 대응하고, 관계기관 간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6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종전 0.75∼1.00%에서 1.50∼1.75%로 28년 만에 0.7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한 직후 열렸다. 당초 차관급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수장급 회의로 전환됐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한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은 비상한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본 이들은 복합위기 타개를 위해 △물가 안정 △시장 급변동 완화 △금융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이 시급한 경제 현안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고,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이와 함께 공급 측면의 원가 부담 경감,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불안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공동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외환시장의 경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유지하면서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시장이 과도 반응할 경우 긴급하게 한국은행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적절한 시점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그는 "개별 금융회사 건전성·유동성과 금융업권 간 취약한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시스템 리스크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는 3~4주 남아서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때까지 나타나는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파월 연준 의장이 말한 대로 연말까지 미국 기준금리 3.4%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자체의 인상 속도는 저희보다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는 6월과 9월 임시 금통위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