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물가 정점 앞당겨져도 당분간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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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성장률,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스태그플레이션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성장률이 크게 벗어나지 않고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물가를 우선으로 보고 이를 빠르게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잡는 게 국내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에 대한 중장기적인 기대심리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5% 물가' 시대가 중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변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지고 사실상 실질소득 감소를 불러일으켜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잇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2~3% 되면 기대 물가 상승률이 크게 변화가 없는데, 4% 이상 올라가면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물가도 잡기 어려워진다"며 "이렇게 되면 실질소득이 떨어지면서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낮아진 성장률에도 '물가'가 정책방향에서 우선순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물가 정점 전망은 당초 예상보다 시기를 앞당겼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8월 물가 수준도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앞서 물가 수준의 정점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했다"며 "그로 인해 8월 물가가 7월보다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점이 뒤로 갈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정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가 정점을 가더라도 물가 수준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이유에서 이번에 물가 예측을 할 때 올해 물가수준을 5.2%로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5.9% 유지될 것으로 본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내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4.5%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7%로 제시했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일문일답]

- 연준(Fed)이 긴축 의지를 보이고 있고 9월 자이언트 스텝 단행 가능성도 나온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질 거로 보이는 가운데 환율 추가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은 없는가.

△ 이번에 25bp 인상함으로써 한미금리가 같은 수준에 있지만 9월엔 더 큰 폭으로 역전될 것이다. 금리 역전시 자본유출이 촉진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한미간 격차가 그렇게 기계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과거에도 격차가 난 적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자본유출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너무 격차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 환율 변동성이 크다. 이번 금리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 환율이 큰 폭으로 약세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해 환율 움직임에 쏠림현상이 없는지, 부정적 영향이 없는지 등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다만 최근 급격히 올라간 환율 변동의 배경은 이주 잭슨홀에서 있을 파월 의장의 발언과 미국 금리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어떻게 되느냐 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와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이번 금리 결정에서도 환율변동이 완전한 추세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하진 않았다. 앞으로 어떤 불확실성으로 진행될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추가로 환율 절상되고 있는 국면을 왜 한은이 우려하고 있는지 정확히 해 두고 싶다. 환율의 수준보다는 원화 절하로 물가상승 압력과 동시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져서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한은의 금리정책은 환율 수준을 타깃하는 게 아니라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

- 환율 문제로 물가 정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9~10월 물가 정점 전망 변화 없나?

△ 물가 정점으로 얘기하자면 지난 통방 당시 물가 정점 시기를 3~4분기 말로 예상했는데 그 후 두 달 정도 유가가 상당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7월 예상보다 정점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점이 지났다는 것을 안정화로 생각하는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물가가 당분간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큰 데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평균적으로 5.9%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 오름세 지속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리를 0.25%p씩 점진적 인상기조 유지하는지? 

△ 크게 봐서는 7월에 생각했던 전망경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는 조정하니까 5월에 비해 숫자 변동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초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고 7월과 거의 비슷한 기조이기 때문에 50bp 올린후 25bp씩 올리는 게 여전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승된 금리 영향, 연준의 금리 결정 등을 보고 25bp를 유지할지 다른 결정을 할지 생각해보겠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지고 있다. 걱정할 수준 아닌가?

△ 지금 상황은 침체라고 볼 수 없다. 물가가 5% 당분간 유지되고 성장률이 2% 유지된다면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가 워낙 높은 성장률에 익숙해져 있는 영향도 있다. 작년 같은 경우 코로나로 위축됐다가 기술적으로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내려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경제 여건 보면 우리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고, 이런 기조(2%대 성장)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 한덕수 총리가 최근 성장률을 2.3%로 언급했다. 한은이 이보다 높은 2.6%를 제시했는데, 정부와 전망에서 큰 차이가 나는게 아닌지.

△ 이번에 놀란 점은 지난 2개월간 숫자가 소비가 생각보다 좋았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 수치가 좋았고, 유가가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성장률은 예상 밖으로 소비가 좋았기 때문에 2.6%경제성장률을 제시했다. 지금의 인식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비슷하다. 다만 문제는 지금까지는 괜찮은데 하반기 여러 지표들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무역수지 수출 쪽에서 둔화되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고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 다른 나라들도 더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있어, 하반기 들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보고 하반기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 정부는 경기긴축으로 경기부양 어렵다고 한다. 한은은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예정인가?

△ 지금 저희는 정부 정책과 한은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서 정책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반 소상공인 지원 등 추경이 늘어났지만 전체 양으로 보면 작년에 비해 재정이 긴축으로 돌아섰고 올해 5% 재정적자 수준으로 내년 3%로 축소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재정과 한국 통화정책이 일관성 있게 간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정책이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까?

△ 많은 경우에 인플레이션 타기팅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그 숫자 목표에 맞춰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장기 인플레 기대심리는 물가가 왔다 갔다 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기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단기 기대인플레션은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 기대 인플레은 안정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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