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CPI 두배 '껑충'···2년물 국채금리 급등
내주 연준 FOMC '자이언트스텝' 유력해져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8.3% 뛰었다. 오름폭은 2개월 연속 둔화됐으나, 앞서 시장에서 전망한 수준보단 높게 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에도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제기됐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를 웃돈 물가는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를 꺾어버렸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월인 7월(8.5%)보다 오름세가 둔화된 것은 물론,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6월(9.1%)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결과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다우존스 등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0%)보다는 오름폭이 다소 높았다.
전월대비 오름폭 역시 0.1%로 집계되면서 당초 에너지류 가격 하락 여파로 0%대 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뒤집어버렸다. 휘발유 가격이 한달 새 10.6% 떨어지는 등 에너지 부문은 5.0% 하락했다. 하지만 △식료품(0.8%) △신차(0.8%) △의료서비스(0.8%) △교통서비스(0.5%) 등 식료품 및 서비스 중심의 물가가 급등했다.
또한 변동성이 강한 에너지·식품류를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은 월간으로 0.6% 상승해 전월의 0.3%보다 2배 확대됐다. 1년 누적 근원CPI는 6.3%로 전월(5.9%)보다 무려 0.4%p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을 필두로 인플레이션이 3분기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란 기대는 꺾였으며, 물가상승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당초 시장에서는 '물가 정점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고, 이달 소비자물가가 화룡정점을 찍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달 휘발유 가격 등 에너지류 가격 하락세에 미국 물가 하락이 크게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8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으며, 지난달 미국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론당 3.99달러를 기록해 전월 평균(4.57달러)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번 발표로 미국 물가의 피크아웃 기대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더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 역시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너무 앞선 기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으나, 전날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전망도 상당폭 내려서는 등 방점을 찍었다.
실제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2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6.2%)보다 0.5%p 떨어진 결과로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서 연준이 더욱 공격적인 긴축 행보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주 진행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사실상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단행을 기정사실화했으며,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잘못된 기대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곧바로 금융시장 내에도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17bp(1bp= 0.01%) 상승한 3.741%를 기록했으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3bp 뛴 3.445%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아시아장에서 107선을 오르내렸으나, 현재 1% 넘게 뛰면서 109.5선까지 뛰어올랐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3대지수 선물도 일제히 하락 중이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10시30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7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2.07%, 나스닥지수 선물은 2.82% 하락하는 등 모두 급락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시장 일각에서는 CPI 컨센서스가 너무 낮게 형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예상치를 웃돈 물가는) 즉,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을 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내주 있을 FOMC까지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클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내에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