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 찍은 개장가···마감 직전엔 1386.7원도
强달러 베팅과 당국 경계 심리 '엎치락뒤치락'
"오늘은 막았지만···상단 돌파 시도 계속될 것"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마감 직전 급락세를 보이며 1380원대로 내려섰다. 환율이 1399원으로 개장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였으나, 외환당국의 '통화스와프' 언급 및 경계 심리로 연고점 행진은 3거래일 만에 멈췄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93.7원)보다 5.7원 내린 138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7.2원↓) 이후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3원 높은 1399.0원으로 개장하면서 장중 연고점(15일 1397.9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31일(1422.0원)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달러당 1400원대 진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환율은 하락 마감했다. 만약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할 경우 롱(매수) 베팅 심리가 확대되는 등 투기적 요인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고점을 경신한 개장가 이후로는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스무딩 오퍼레이션)로 추정되는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장중 꾸준히 출회하면서 상단을 제한했다. 또한 이날 은행들의 거래도 상당히 제한됐는데, 당국에서 외환거래 건전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외환 관련 거래를 제한하라는 언급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감 직전으로 당국 추정 개입 물량도 상당했으며, 오후 3시께에는 통화스와프 관련 언급까지 제시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간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정상 간 만나야 알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고 재무장관 간 회담도 있었다. 이는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 간 비상 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을 뜻하며, 쉽게 말해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에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말 종료됐다.
또한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다음 주 초에 국내 주요 수출입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외환당국은 직접 주요 수출입기업들을 만나 최근 외환거래 동향과 전망을 파악하고, 외환수급 안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잇따른 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성 발언에 환율은 하락 마감했으나, 1400원 상향 돌파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20~21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최소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칠 가능성이 크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이 무너진다면 1500원까지 올라서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환율의 1400원 돌파를 막아내는 데 주력했고, 잠시 시간을 벌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외환당국이 막는다고 해도 달러 롱베팅이 들어오는 것을 모두 막을 수 없다. 당분간 롱 심리와 당국의 경계 심리가 계속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