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고가매수·자금부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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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실적 부진에 대규모 자금 투입···부정적 영향
경영권 프리미엄 100% 가까이 반영···시총보다 비싸게 매입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것을 두고 고가 매수 논란과 자금 부담 우려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솔루스첨단소재에 3000억원을 투자, 동박 사업에 발을 걸쳐두고 있었다. 이번 계약으로 롯데그룹은 글로벌 동박 점유율 4위 업체로 뛰어오르게 됐다.

특히 주력 사업으로 육성중인 배터리 사업에서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대 핵심 소재 모두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게 됐다.

하지만 과도한 배팅이었다는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실적이 부진한데도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입했다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대규모 자금이 자본 확충 없이 지출될 경우 향후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이 4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악화한 영업현금 창출력, 인도네시아 NCC(나프타 분해시설) 투자계획 등 자본지출(CAPEX) 증가 추세, 일진머티리얼즈의 후속 투자 소요 등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사업이었던 석유화학 사업이 원가상승,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으로 부진한 영업실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배터리 소재 투자가 초기 단계라 '사업 다각화'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에 가까워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논란마저 제기된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13일 종가 기준 2조4992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보다 높은 금액을 내고도 53.3%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비교적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50%)을 적용하더라도 1조9981억원 수준에 그친다.

앞서 2019년 SKC는 동박업체 KCFT(현 SK넥실리스)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샀다. 당시 KCFT의 생산능력은 2만톤으로 기업가치가 1만톤당 6000억원 수준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현재 생산능력이 6만4000톤으로 지분 53.3%를 반영한 1만톤당 기업가치는 약 7915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동박사업을 SKC에 비해 약 31.92% 비싸게 산 셈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나 일진머티리얼즈의 현금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인수하더라도 재무건전성에는 크게 무리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가 인수 논란에 대해선 "당장은 금액이 커보이겠지만, 7~8년 이상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장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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