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 원인은 과도한 리스크···"도덕적 해이 막아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단기금융시장이 시장안정 대책으로 위험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이다.
8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정책신용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국내 기업어음(CP)·신용채권 시장은 시장안정 대책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겠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부동산 PF 부실화, 연말 자금수급 악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은행채·공사채 발행 확대로 신용증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강원도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관련 이슈로 CP 시장의 신용 경계감이 한층 높아지면서 단기금융·채권시장의 불안이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먼저 올해 들어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낮아지면서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대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규모 한전채 발행 등으로 신용채권시장에서 수급 부담이 누증되고,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증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위축된 것이다.
또한 금리 및 환율 급등에 따른 고(高)유동성자산 수요가 증가한 데다, 이에 따른 은행채 발행 확대로 은행채 및 공사채 시장의 수급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었다.
9월 말 강원도 PF-ABCP 관련 이슈는 고조된 불안감에 방점을 찍었다. 신용 경계감이 단기간에 높아짐에 따라, PF-ABCP 시장 불안이 CP 전반과 RP 시장 등으로 파급된 것이다.
그 결과 주요 공사채 및 은행채 발행금리가 급등하고, 초 우량물인 AAA등급도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지 않는 등 신용채권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중순 경에는 이 같은 시장 불안이 국고채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주면서, 국고채금리가 주요국 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시장 전반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됐다.
한은은 시장안정 대책 등에 힘입어 국내 금융시장이 10월 당시 경색국면에서는 벗어났지만, CP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 경계감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먼저 가격변수를 들 수 있다. 신용채권금리가 상당폭 하락했지만, 높은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며 CP금리와 신용스프레드 확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시장 역시 공사채·은행채 발행물량이 소화되고 발행스프레드도 낮아졌다. 다만 회사채·여전채 발행 부진이 이어지고, 증권사 CP 및 PF-ABCP의 차환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10월 중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시장 거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불안의 기저에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 하에서 비은행부문을 중심으로 부동산 등 특정 부문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지속되는 등 과도한 리스크 추구행위가 자리하고 있다"며 "이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도 유의해야 한다.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